갑자기 편지를 받아 놀라지 않았는지 걱정됩니다. 사실은 얼마 전에 우연히 아오키와 오델라가 편지를 주고 받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말하는 게 느린 편이기 때문에, 긴 말을 전하기에는 글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인데 이렇게 쓰는 게 맞을까요. 적어도 게임 속에서 본 편지는 격식을 차리는 것 같았습니다. 메이씨에게도 경어를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쓰려고 하니 조금 어색합니다. 저는 이나리처럼 격식 있게 말하는 법을 모르니, 어색하더라도 평소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면 기쁠 것 같습니다.
이나리와 이야기한 후로 저는 부끄럽지 않은 삶에 대해 자주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과연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요. 쿄는 저와 쿄에게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부끄럽게 여기는 부분은 그 본질에 포함됩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그 때마다 제가 여전히 변하지 못했음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나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역시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게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습니다. 이나리가 부탁한 일은 제게도 하나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 비굴함은 이미 오만함에 불과해요. 당신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자신이 해줄 수 없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또 자책하는 남자에게, 그의 제자가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 저 역시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일만을 하려고 합니다. 이 편지를 쓰기 시작한 건, 사실 다음 한 문장 때문입니다.
아쟈라카모쿠렌 세키군하 테케레츠노 파. 짝짝.
(박수는 짝짝이라고 적어도 효과가 있을까요? 편지 앞에서 박수를 치긴 했지만, 혹시 몰라 적어두었습니다. 효과가 있기를.)
언젠가 제가 이토라는 이름으로 사신을 들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죽은 후에 혹시 그 주문에 효과가 없어지진 않았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이나리에게 주문을 겁니다. 이 편지가 사신을 쫓는 부적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편지가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제 이야기가 너무 많아진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나리에게 제 다짐을 이야기해두고 싶었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니 제가 편지를 건네고 도망가더라도 한 번만 눈감아주세요. 이 편지에 답장은 해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나리를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많이 다른 길을 걷고 있었겠지요. 그러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괜찮다면, 이나리도 저를 지켜봐주세요. 끝 인사는 이렇게 끝내야 할 것 같아 적어둡니다. 부디 행복한 오치를.
오늘 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며,
유우토 올림.
추신.
사실 처음 이나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이나리즈시 (공용어로는 유부초밥일까요?) 생각이 났습니다. 저번에 선물한 초밥에는 유부초밥이 없어 아쉬웠습니다. 언젠가 이나리에게도, 제게도, 다시 먹을 기회가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