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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언젠가 다시 인사해주지 않을래

2017. 4. 29. 01:36

 

 모든 사람이 특별하다는 건 모든 사람이 특별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마음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유우토는 자주 말하곤 했다. 나는 너희 모두를 사랑해. 이곳에 있는, 23명 모두를.

 

 머리가 많이 길었다. 한 때는 자신을 소개할 이름마저 잊었다. 그의 가족들조차 다시 만난 그를 알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나를 기억하는 건 너희들 뿐이야. 내 이름을 불러주고, 손을 잡아준 유일한 존재들. 그게 너희였어. 모두라는 말은 모든 인간을 포함하지 않는다. 유우토가 사랑하는 '모두'는 오로지 23명뿐이다. 수십억 분의 23. 나는, 그 정도라면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설령 그게 착각이더라도, 유우토는 마지막까지 그 착각을 바로잡지 않을 것이다.

 

 "넌, 포옹을... 좋아하지 않겠지.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허락 받지 않고 포옹한 걸... ...미안하게... 생각해. ...나는, 특히 더, 네게 이런 일을 할 자격이... ..."

 

 뒷말은 우아한 무도회의 음악에 지워졌다. 유우토는 요코가 칼을 떨어뜨렸던 날을 떠올렸다. 그는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그리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명백했다. 그러니 유우토는 마땅히 요코의 미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의 포옹은, 오로지 유우토의 만족을 위한 이기적인 시간이었다.

 

 "하지만 한 번은... 전부 끝나기 전에 한 번은, 해보고 싶었어... ...믿지 않더라도, 나는 너 역시 사랑하니까... ...나는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 ..."

 "...네게 받은 각설탕 하나를... ...잊을 수 없을 거야."

 

 가상현실에 들어온 첫 날, 요코는 커다란 짐을 들고 왔다. 이토는 짐을 정리 하러 가는 요코의 뒷모습에 잘 다녀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요코는 돌아와서, 다녀왔어요, 하고 대답했다. 각설탕 하나를 내밀면서. 유우토는 여전히 그 순간을 기억한다. 너는 그게 나한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모르겠지. 나는 그 인사를, 작은 선물을, 정말 오랫동안... 바라왔어.

 

 "...그 때 넌, 날 놀리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솔직히 놀려도 될 것 같네, 그렇지..."

 

 유우토는 조금 웃으며 팔을 풀었다. 짧은 포옹이 끝났다.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일, 그에게 닿을 수 있는 애정 표현이었다. 혼자 사랑을 하는 것에는 익숙했다. 그건 언제나 질낮고 이기적인 사랑이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이기적으로, 유우토는 그 사랑을 요코에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