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26. 07:40


 몸이 뜨는 느낌. 이라고 생각한 후에, 몸이라는 게 이미 없다는 걸 새삼 떠올렸다. 그게 우스워서 로잘리아는 작게 웃었다. 젠은 웃음 소리에 조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카락을 이렇게 난폭하게 잡아당겨진 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그녀가 죽기 직전의 일이다.


 "그래요, 마음대로 하세요."

 "... ..."

 "로즈를 던져도 좋고, 발로 차도 상관 없어요. 하지만 잘 조절하는 게 좋을 거예요. 고작 머리 하나를 죽이고 범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


 로잘리아는 담담하다. 그 정도는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달랑 머리 하나만 남은 몸으로 다시 참가자들 사이에 내던져졌을 때부터. 약한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젠 같은 사람에게 비위를 맞추는 일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그녀도 경험 상 알고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 쓸 수 있는 수는 없다. 담담함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 표현을 고르신 건 재미있네요."


 로잘리아. 애칭은 로즈. 애칭이든 본명이든, 그 뜻은 장미. 그래서 페나와 제프는 로잘리아에게 장미를 선물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볼 때마다 장미를 떠올린다. 로잘리아는 그게 싫지 않았다. 장미는 상징적인 꽃이 되기 쉬웠다. 아름답고, 가시가 있으니까. 

 

 그리고 젠은 로잘리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원래 장미를 싫어해. 그와 이름의 뜻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젠은 나뭇가지로 땅에 한 글자의 한자를 썼다. 뜻을 모르는 로잘리아는 곡선이 없는 한자가 묘하게 그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뜻인가요? 로잘리아의 물음에 젠은, 잠깐동안 침묵했고, 그리고 대답했다.


 "차라리 끔찍한 짓을 저지른 범인에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면, 그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을 텐데."


 젠 군. 로잘리아는 그 이름을 부드럽게 발음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