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와 물고기
예를 들면 저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멀고, 밝고, 아름다운 존재라면. 상처주지도 않고, 손에 닿지도 않고, 그저 계속 좋아할 수 있는 존재로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야가가 푸딩을 두고 떠난 날 밤에 코우타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평소에 그런 감상적인 생각을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 날은 유난히 그랬다. 야가는 매일 밤 별을 본다. 코우타는 야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으로 별을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다.
새로 열린 섬의 숙소는 개인실이었다. 그래도 두 사람이 들어가기에 답답할 정도는 아니었다. 작은 방에서는 별이 보이지 않았다. 코우타는 아이스 박스에 넣어두었던 푸딩을 꺼내들었다. 야가 몫의 디저트를 그의 앞에 두고, 둘은 각자 의자에 앉았다.
"맛있어 보이는군요! 이야, 푸딩 같은 디저트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히. 맛있게 먹어어~ 야가 씨 열심히 만들었으니까아."
그렇게 말하며 웃는 야가는 어딘가 힘이 없어보였다. 요즘의 그는 자주 지쳐보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과 최대한 비슷하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 이유로 짐작될만한 사건은 지나칠 만큼 많았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자주 괜찮냐는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은 이제 확인에 가까웠다. 서로 괜찮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붙잡을 수 있도록 필사적일 뿐이다.
"야가 씨."
"으응~……?"
"오늘 저는, 눈치 없이 뭐든지 다 여쭤볼 겁니다."
코우타는 그런 소리를 하면서 웃었다. 야가는, 코우타를 바라보고 있다.
"저번에 하신 이야기에 대해서 말입니다. 손에 닿지 않길 바라신다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일까요."
야가가 만든 것은 망고 푸딩이었다. 스푼으로 푸딩을 뜨면, 적당한 크기로 잘린 망고가 함께 스푼에 담겼다. 코우타의 입맛에 망고는 많이 달았다. 그러나 그 날의 디저트로는 적당했다. 전 날 일어난 일로 인해 머리가 아주 느려진 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비유적 의미라면…… 저는 손에 닿지 않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친구라면 더더욱, 손에 닿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고 말입니다."
손에 닿지 않는 것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 게 그의 직업이다. 별을 동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코우타는 그가 우주비행사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동시에 코우타는 언제나 가장 곁에서 응원하고 격려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쪽이든 그의 거리감은 평균적인 사람들간의 것보다 조금 더 가까운 편이었다. 코우타가 멋쩍게 웃었다. 짐작이니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그렇습니다만. 짧은 말로 흐름을 끊고, 다시 푸딩을 한 입 먹는다. 여전히 달다.
"노력은, 할 수 있습니다. 뭐든지 말입니다. 전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도, 야가 씨가 절 좋아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지만 죄송합니다. 그 뿐이에요. 그 이상은 약속할 수 없어요. 전 빈 말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할 수 없는 일을 약속하고 싶지도…… 않고 말입니다."
"……."
"……버리지 않을 거라는 것만은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만."
그걸론 부족할까요. 스푼과 유리병이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코우타는 푸딩의 마지막 스푼을 떠서, 입에 넣었다. 작은 유리병에 담긴 푸딩을 다 먹는 데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먹는 속도도 빠르지 않았고, 중간중간 말을 섞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는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내일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니 그는 돌려 말할 여유가 없다. 숨이 차도록 똑바로, 그저 똑바로 갈 뿐이었다.
"잘 먹었습니다. 실력이 좋으시군요, 야가 씨. 이런 재주가 있으신 줄은 몰랐습니다."
코우타가 조용히 말하며 웃었다. 이레이 야가에 대해서, 코우타는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 아는 것에 비해서,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이제……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그러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선글라스 너머로 시선이 마주쳤다. 야가는 누군가의 눈을 볼 때, 아주 오래도록 바라본다고 말했다. 코우타는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상처를 주지 않을 것. 먼저 눈을 돌리지 않을 것. 코우타는 몇 번이고 마음 속으로 곱씹었다.
"야가 씨께 상처를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많이…… 상처 받으셨습니까, 제 행동에. ……전 이미 신뢰를 잃었나요. 노력은……."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누군가의 눈을 오래도록 보면서 말을 꺼내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노력해야 했다. 코우타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노력은, 더 이상…… 소용 없습니까."
그것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