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의 기도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삶을 놓지 않겠다고, 여기서 약속할게요."
소셀로피 아도라. 모두를 웃게 만드는 게 꿈인 15살의 파티 플래너. 그녀는 가끔씩 아침 인사와 함께 폭죽을 터뜨렸고, 누구보다도 밝게 웃어보였으며, 하늘에 그림을 그리듯이 모두를 위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코우타는 가끔씩 아도라의 그런 맑은 하늘 같은 다정함이, 어딘가 먼 동화 속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녀를 존경하는 동시에 걱정했다. 모든 삶에는 맥락이 있고, 아도라의 삶 어딘가에는 그녀가 이런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테니까. 코우타는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이라는 말을 잠시 슬프게 여겼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약속에 안도했다.
"그러니 코우타 씨도 놓지 말아주세요."
아도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코우타는 삶을 놓지 말라는 말의 무게에 대해 가만히 생각했다. 코우타의 삶은 언제나 평탄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평범한 삶' 그 자체였다. 죽음을 의식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살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본 적 역시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도 알고 있었다. 평범한 삶은 평범하지 않다. 무사함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다. 그건 기적의 연속 위에 세워진 위태로운 모래성 같은 것이다.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아니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누구보다도 행복해지겠다고 약속해주세요."
그러므로 행복해지겠다는 약속은, 지킬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처 받았으니까. 아도라도 코우타도, 불확실한 약속은 하지 않는다. 그건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기반한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었다. 그리고 이곳은 모든 게 불확실한 곳이었다. 내일 갑자기 모든 식량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창에 꿰뚫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궁지에 몰린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코우타는 망설였다. 아도라가,
"……지금 해줘."
그렇게 말할 때까지. 그 말을 들은 순간 코우타는 결국 손을 내밀었다. 충동적이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약속을 위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풀리지 않도록 힘을 주어 꼭 걸고, 그대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약속하겠습니다, 아도라 씨."
각오를 다지듯이, 아주 오랫동안.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깨진 약속은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죽음과 불행을 강요받는 곳에서, 삶과 행복을 약속하는 일은 어리석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도라 씨도 꼭, 그 때의 저만큼 행복해지셔야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두 사람은 손가락을 걸었다. 서로의 간절함으로부터 눈을 돌릴 수 없었다. 불확실한 약속은 경솔함이 아닌 간절함이었다. 서로의 행복을 바람으로써 지켜낼 수 있는 마음의 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할 거라고, 코우타는 깊게 바랐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