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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Night Christine

2017. 11. 2. 01:07



 ㅡ 크리스틴의 영화는 이제 완벽한가요?



 팬텀 로랑이 물었다. 코우타가 기억하는 대배우 팬텀 로랑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목소리는 분명히 기억 속 그의 목소리가 맞았다. 스크린 너머에서 다양한 대사를 읊었던 목소리. 벌을 받으면서 잘려나가고, 능력의 부작용으로 형체도 남지 않은 몸으로 그는 그렇게 물었다. 만약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영상이 영화였다면 분명 그 장면은 클라이맥스였을 것이다. 가장 슬프며, 가장 고통스럽고, 그 뒤로는 오로지 천천히 끝나는 일만 남았으니까.


 다리를 다친 코우타가 침대에서 일어나 마침내 방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을 때. [ 아픈 동안, 불편했겠다. ] 크리스틴은 몇 번이고 녹음기의 버튼을 눌렀고, [ 드디어 사람을 찾아, 떠날 수 있는, 몸이 되어서, 다행. ] 그런 문장을 조합한 후에, [ 이제 외롭지않아요. ] 마지막에는 그렇게 끝맺었다. 그 때 코우타는 아픔도 잊고 소리 내어 웃었다. 그녀는 다정하고 사랑스러웠다. 코우타는 팬텀이 연기한 그녀의 모습에조차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진짜 크리스틴을 보아온 아버지라면, 어떻게 그녀를 놓을 수 있었을까. 


 새벽이 깊었다. 잠을 청해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코우타는 머리 맡에 두었던 수면 안대를 들어올렸다. 크리스틴에게 퇴원 선물로 받은 안대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일회용인 만큼 두 번 쓸 수는 없는 물건이었다. 그럼에도 크리스틴 로랑의 선물이었기 때문에, 코우타는 그 안대를 버릴 수 없었다.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아도 가끔씩 눈 위에 올려두곤 했다. 그러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 ..."


 하지만 이제 당신의 선물로 편한 잠에 들진 못하겠군요. 코우타의 생각은 대사가 되지 않았다. 이곳은 영화가 아니고, 듣는 사람 없는 독백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코우타는 팬텀 로랑의 영화를 좋아했다. 그리고 크리스틴 로랑의 영화를 사랑했다. 그 차이는 영영 좁혀질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랑했던 크리스틴 로랑은 죽었다. 코우타는 알지 못할 언젠가 옛날에도, 이 안에서도.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이곳에서도 그녀는 돌아오지 못한다. 그 사실을 가장 슬퍼하고 있을 사람은 어떤 표정을 한 채로 돌아올까. 코우타는 결국 안대를 제자리에 두고 방을 나섰다. 그와 마찬가지로, 잠 못 들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