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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지 않은 손

2017. 11. 3. 18:54



 캐시는 코우타의 손을 잡았다. 붕대가 감기지 않은, 차가운 인형의 손이었다. 그녀는 코우타의 손이 따뜻할 거라고 말했다. 코우타도 마찬가지로 생전의 캐시의 손이 따뜻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제는 영영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삶은 지켜져야 했다.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했고, 또 그녀 역시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줄 수 있었다. 이런 곳이 아니었다면, 요키사키 캐시는, 분명.


 그러나 코우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캐시의 말대로 이곳이 현실이었다. 꿈을 현실로 만들 힘이 없다면, 만약에 대한 이야기는 상처를 더 깊게 만들 뿐이다. 뒤를 돌아볼 틈은 없었다. 앞을 봐야 했다. 후회도 죄책감도 버리지 못하더라도, 어떤 때에도.


 "그렇게 믿어주실 건가요."


 그녀의 말은 믿음이 아니라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코우타에게는 충분했다. 코우타의 삶은 매니저의 삶이었다. 매니저는 누군가를 돕기 위한 직업이다.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 곁에 있을 때 비로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들을 돕기 위해서든, 또는 그들의 행동에 위로 받아서든. 캐시와 함께 있을 때의 그는 주로 후자였다. 웃음치료사인 캐시는 여전히 웃음을 준다. 삶을 잃은 후에도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미소짓는다.


 "요키사키 씨의 말씀이니, 믿어도 되겠지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밝게 웃을 수 있을 거라고…… 그 때는 저도 요키사키 씨처럼, 다른 분들께 웃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코우타는 캐시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밝은 웃음까지는 아직 한참 먼, 힘 없고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기억하겠습니다. 요키사키 씨께서 언제나 절 응원해주고 계시단 사실을 말입니다."


 무너지지 않을게요. 캐시에게만 들릴만한 작은 목소리로 코우타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코우타는 앞으로 걸어나가야 할 사람이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책임을 다해야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멈출 수 없었다. 응원 없이는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오래동안 맞잡은 캐시의 손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자신과 비슷한 온도에, 코우타는 다시 한 번 조용히 위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