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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 하는 밤

2017. 11. 11. 03:22



 아도라와 헤이싱이 구조 요청을 보낸지 5일이 지났다. 몇 번인가 다른 사람들과 구조대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처음으로 보인 희망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텼다면, 나갈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코우타는 나루키의 시체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피냄새가 유난히 끔찍했다. 이번 일에는 어떤 협박도 없었다. 살인이 일어날만한 이유 같은 건, 코우타의 눈으로는 찾아낼 수 없었다. 나루키의 의심은 최악의 형태로 현실이 되었다.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는 악의라는 형태로.


 아이바 나루키는 언제나 살고 싶어했다. 살해당하지 않을까 두려워 했고, 그만큼 자주 잠을 설쳤다. 그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지칠대로 지친 그가 코우타에게 허락해 준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다리를 다친 코우타가 10분 동안 나루키를 살해할 수 없을 거라는 판단 하에 내려진 허락이었다. 능력으로 나루키를 재우고, 10분의 시간 동안 그의 곁을 지키면서, 코우타는 가끔씩 그의 잠든 얼굴을 보았다. 잠든 동안에도 그는 굳은 표정이었다. 평소에도 창백한 안색은 더 안 좋아진 것처럼 보였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써클이 남아 있었다. 나루키가 느껴왔을 끔찍할 만큼의 피로를 코우타 역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의심은 깊었다. 이 안에 있는 한 나루키가 살아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허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코우타는 생각했다.


 ㅡ 그래. 의사 선생님 손이 약손이니까…… 기대도 괜찮아.


 그러나 재판이 끝나고, 코우타가 많이 지쳤던 어느 날에. 나루키는 그렇게 말하며 코우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평소의 그라면 결코 허락하지 않았을 거리였다. 코우타는 나루키에게 몸을 기댄 채 그의 행동의 이유에 대해서 생각했다. 의사이기 때문에. 또는 그가 다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 어느 쪽도 정답일 것이다. 나루키는 언제나 코우타의 친절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코우타의 눈에 나루키는 그저 자신의 행동의 무게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그는 신뢰하고 의지할만한 사람이었다. 의사로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으며, 의심하는 중에도 남을 위해 기댈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 모든 게 코우타의 신뢰의 근거였다.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나루키가 살린 사람들을 생각한다. 코우타는 그 중의 한 명이었고, 첫 번째 환자였다. 그렇기에 몇 번인가 말한 적이 있었다. 나루키가 있어줘서 다행이라고. 그러나 그런 말은 해선 안 됐다. 그는 이런 곳에 와서는 안 됐다. 목숨을 잃어선 안 됐다. 전부 잘못된 일이었다. 코우타는 아주 오랫동안 나루키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능력은 그의 눈 밑에 남은 피로를 지워주지 않았다. 또 다시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채로, 그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