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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선택지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제가 다리를 다친 그 날부터요! 알고 있었단…… 말입니다. 이스즈 씨가, 그리고 슈슈 씨가 죽었을 때, 이제…… 저희는 도망칠 수 없을 거라고. 그러니까, 저는…… 한 분이라도 더…… 여러분이, ……무사하시기를……."
언제나 바라왔는데. 코우타의 말이 결국 끊겼다. 그리고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오래 전에 그는 지쳐 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코우타는 그들의 바람을 들어왔고, 그 바람이 현실이 되는 날을 기대했다. 재판 전날에 레이타로가 했던 말을 코우타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변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더라도 스스로 변화할 계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코우타는 레이타로가 바라는 대로,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삶이 즐거워지기를 바랐다. 그런 계기가 그에게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형태가 아닌, 좀 더 자연스럽고 아무도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 형태로.
"……정당한 벌 같은 건, 적어도 이 안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일입니다. 죽음으로는 아무 것도 책임질 수 없어요. 그러니 기다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다른 분들께 조언을 구하셔도 좋겠지요. ……저는 지금 당장 하루카와 씨의 질문에 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정답을 모르는 문제니까요……."
말을 할 때마다 찾아오는 건 무력감이었다. 코우타는 언제나, 조금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방법이라든가. 아니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한 지식이라든가. 또는 이런 상황에서 무사히 탈출하기 위한 지혜 같은 것들을.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그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눈 앞에서 레이타로가 울고 있다. 코우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저는…… 이곳이 아니었다면, 하루카와 씨 역시 이런 일을 하지 않으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
"……수 천 명, 수 만 명의 시선을 받으며 커다란 무대에 서보신 적이 있나요. 아니면, 직접 출연한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서 이름을 발견하신 적은 있으십니까. ……하루카와 씨는 그런 일을…… 하실 수도 있었습니다. 여기가 아니었다면 그랬을 거예요. 미움 받는 것보다 훨씬 즐겁고 새로운 일을 말입니다……."
코우타는 선글라스 아래로 눈을 비볐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이였다. 하루카와 레이타로에 대해서, 코우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니 오만하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런 악의 가득한 곳에서 삶이 끝나는 건 슬픈 일이라고 믿는다. 레이타로가 그런 벌을 받지 않기를 바랐다. 아무 것도 하지 못 한 채로 다시 침묵이 흘렀다. 코우타에게는 용서할 자격도, 비난할 자격도, 위로할 자격도, 그럴 힘도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 한 채로, 레이타로에게 손수건을 내미는 것뿐이었다.
"짊어지셔야 합니다. 용서 받을 수 없더라도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혼자가 힘들면 제가 힘 닿는 데까지 도와드릴 테니까요. 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같이 생각하겠습니다. 저는 매니저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