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메 코우타는 (지워져 있다.)
"많이 아팠겠다, 수고했어."
상처를 준 만큼 원망받을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눈가가 빨개진 채로 다가온 토키가 다리를 걷어찼을 때, 당황스러웠지만 동시에 안도하기도 했다. 원망의 말을 듣는다면 코우타는 그저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웃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다음에 토키가 한 행동은 코우타의 팔을 붙잡는 일이었다. 그 다음에는 어깨를 감쌌고, 그리고 말했다. 수고했다고. 갑작스러운 말에 코우타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멈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아, 지금은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었다.
코우타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잠깐의 시간을 가졌다. 괜찮아, 하고 말할 수 있게 되기 위한 시간이었다. 어차피 들킬 거짓말이라도 의미는 있다. 말로 표현하는 고통에는 무게가 담기니까. 그러니까 정말로, 정말로 숨기려고 했는데. 코우타는 한참 후에야 겨우 토키의 어깨를 마주 안을 수 있었다. 손이 떨렸다.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눈물이 나왔다. 선글라스를 써도 숨기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 숨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팔은 토키가 붙잡고 있었으며, 어깨는 그가 감싸고 있었다. 그러니 코우타는 도망치지도 못한 채 그저 고개를 숙였다.
"토키, 나……."
"……."
"……힘…… 들었어. ……후회는…… 안 하는데. 그냥, ……."
목소리가 떨렸다. 새로운 이능력을 가지게 된 순간에, 코우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죽은 사람들이 영원히 고통받지 않도록 구해야 했고, 생존자들이 무사히 나갈 수 있도록 땃쥐를 멈춰야 했으며,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서 살인을 강요당하고 있는 다른 오블리주들을 살려야 했다. 그 모든 게 코우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코우타는 운 좋게 다른 사람들과 살아 나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 끝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만이 남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코우타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조용히, 그 이상의 말은 참아냈다. 모든 말은 그대로 토키의 상처가 되어 남을 테니까. 코우타는 토키를 마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우리는 이런 곳에서 만나지 말아야 했다. 이런 곳에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게 되어선 안 됐다. 서로의 심장을 도려내고, 상처를 내고, 마침내 서로의 죽음까지 지켜 본 끝에, 두 사람은 텅 빈 채로 다시 만났다. 이렇게 되길 바란 적은 없었다. 서로가 무사하길 바랐다. 그 어떤 때에도 말이다.
"……너도 오랫동안, 고생했어."
모든 게 끝난 후에 하는 위로는 짧고 조용했다. 상처가 가득했던 삶과, 죽음 이후의 모든 시간을 포함해서. 그리고 코우타가 남겨버린 상처를 견뎌내는 일까지. 코우타는 언제나 토키의 삶이 슬펐다. 그건 코우타에게 토키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행복을 바랐지만, 그럴 수 없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우리 다음 생에는 좀 편했으면 좋겠다. 그치."
코우타는 그렇게 말하고, 지친 얼굴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