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 로그/커뮤

모노가타리

2016. 10. 9. 21:19



 무슨 대답이 듣고 싶어?




 모노가타리가 묻는다. 그의 까만 눈은 보일 리 없는 곳까지 꿰뚫어보는 것 같다. 어쩌면 유우 본인조차 알지 못하는 아주 깊은 곳까지. 유우는 자신이 한 질문이 단순한 호기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색을 제일 좋아해? 처럼 어떤 대답이 나와도 상관 없는, 단지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기 위한 질문.


 "어떤 답이 듣고 싶어서, 그걸 확인하려고 물은 건 아니었어. 그냥... 형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야."


 아마도. 그렇게 작게 덧붙인 것은 알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모노가타리의 대답을 들었을 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이 되었다. 유우는 무의식 중에 상상하고 또 기대하고 있던 것이다. 모노가타리가 후회하지 않는다고 대답해주기를. 그의 안에서, '우리'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해주기를.


 "형은 똑똑하네..."

 "......"

 "그렇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얼마 없을 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얼마나 알든, 얼마나 모르든, 후회하지 않는다. 깔끔하고 완벽한 답이었다. 그만큼 현실감은 없었지만. 유우의 안에서 사람은 언제나 후회를 반복하는 존재였다. 그의 짧은 지식과 경험 위로, 모노가타리는 특별하고 새로운 존재가 되어 다가왔다. 울퉁불퉁한 땅 위를 새하얗게 덮어버리는 첫 눈처럼. 유우는 계속해서, 눈 앞에 있는 그가 사실은 인간이 아닌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아닐까 상상한다. 마치 산타나 유령을 믿는 어린 아이 같은 유치한 상상이었다.


 "그래도,"


 유우가 말을 이었다. 모노가타리는 조용히 그의 말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형이 그렇게 대답해줘서, ...만족했어."



 이런 상황에서조차 후회하지 않을 만큼 우리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면.

 그럼 그 '우리' 중의 한 명인 나도,



 유우는 거기서 말을 끊었다. 그는 잠깐 모노가타리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모자를 꾹 눌러썼다. 봐 봐, 이러면 꼭 강아지한테 잡아먹히는 것 같지 않아? 그런 농담 뒤에는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나도 형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