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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값에 못미치는 온기

2017. 3. 31. 20:27



 "...그렇다면 좀 더 지켜봐주세요."

 "......"

 "아직......"


 그 말 뒤에는 침묵이 있었다. 쿄는 말 없이 잡은 손을 내려다본다. 이토 역시 조용히 그가 말을 끝맺기를 기다렸다. 그가 입을 열면,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형태가 결정지어질 것이다. 천천히, 쿄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완성되지 않았으니까요."


 아케타가와 쿄는, 그렇게 말했다.


 아, 하고. 그 대답을 들은 순간 어떤 직감이 스쳐지나갔다. 그건 이토가 어떤 선택지를 잘못 선택한 순간에 찾아오는 느낌이었다. 쿄의 아직이라는 말 다음에는, 다른 말이 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운명을 바꿀만한 중요한 말이. 이토는 고개를 들어 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쿄는, 조금 웃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안에서 선택은 이미 끝났다. 조금 늦었을까. 아니면 일렀을까. 하지만 이토는 가상현실에서 세이브 파일을 불러오는 법을 모른다. 그러니 모든 것은 이대로 흘러갈 것이다. 변함 없이, 예정된 대로.


 "......그렇구나."


 이토는 손을 내려다본다. 체온이 높지 않은, 서늘한 자신의 손. 따뜻함을 나누어주기에는 온도가 부족했던 손에, 이토는 살짝 힘을 주었다. 그런다고 손이 따뜻해지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의 기억 속에 손을 잡았던 느낌이 남길 바라며 한 행동이였다.


 "그게...... 네 대답이구나."


 그렇다면 받아들일게. 이곳은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선택지도, 호감도도, 우리가 어떤 엔딩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도 볼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뿐일 테니까.


 "...네가 꿈을 이룰 때까지, 나는... 네 관객으로서..."


 지켜볼게. 마지막까지, 너의 완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