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우는 내 제일 친한 친구예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토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2층 침대 위에서 은우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접시가 비어있는 건 알 수 있었다. 방에 들어온 은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말하길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나랑 얘기하고 싶지 않은 걸까. 아니면, 내 얼굴을 보는 게... 무서운 걸까.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생각했어."
은우가 돌아올 때까지, 이토는 은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뱀, 까마귀, 두더지, 개, 사람들이 말했던 수많은 동물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 아니 어쩌면 '마리'라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는 존재들과 함께 하는 생활. 매일 밤 잠드는 침대 위에, 표정을 알 수 없는 동물이 누워있는... 그런 생활. 이토는 차마 은우를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아까... 끝까지 널 쫓아가야 했던 건 아닐까... 계속 고민했어... ...하지만 그랬다가 네가 날... 더, 무서워하게 되는 건, 별로... 원하지 않으니까."
"......."
"나는, 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몰라. ...그러니까, 나랑... ...방을 같이 쓰는 게, 너한테,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짐작하기 힘들겠지만..."
내 룸메이트 겸 친구 1호, 이토. 그 말이 내 안에, 얼마나 큰 액자에 걸려 전시되어 있는지, 넌 모를 거야. 이건 이미 이토의 혼잣말에 지나지 않았다. 이토는 자신의 말을 은우가 듣고 있는지 아닌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확인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상 현실이라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도 거의 계속, 괜찮았는데. 이토는 이불을 꽉 쥐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네, 네가, 괜찮은 거리에만, 이... 있을 테니까... ...계속... ...그러니까, 치... 친구.... 면, 서 룸메이트로... 있어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