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いなりへのいのり
웇
2017. 4. 6. 10:53
이나리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게 이 이야기의 오치라는 걸 깨달은 건,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고개를 든 이나리가 정중한 인사를 올리고 난 후였다.
죽었구나, 남자는. 살아남을 줄 알았어. 초를 건넨 건 사신의 자비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이나리가 연기한 사신의 즐거운 표정과, 봐, 꺼질 것 같아, 꺼질 것 같아... 그렇게 말하는 웃음 소리가 남아있었다. 즐거웠을까, 사신은. 어리석고 욕심 많은 인간의 말로를 보는 것이. 이토는 사신의 모습에 아스모데를 겹쳐보았다. 노인 대신 꽃의 모습을 한 우리의 사신. 촛불이 꺼지길 바라는 사신은 늘 우리 곁에 있었고, 그렇기에 욕심에 눈이 멀어 목숨을 잃은 남자는 우리 중 누군가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아쟈라카모쿠렌, 세키군하, 테케레츠노파..."
짝, 짝, 두 번의 박수를 마치고 이나리를 본다. 이토의 눈에 사신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창백했지만 건강했기에, 그녀의 발치에도 머리맡에도 사신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토는 어리석은 남자처럼 주문을 외었다. 이나리를 향해 잠깐 웃은 그는 정좌한 채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라쿠고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고, 그렇기에 관객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도 잘 몰랐지만, 그럼에도 멋진 극이었기에. 코오자 위의 그녀에게 예를 표하고 싶었다.
"잘 들었습니다... 굉장히, 인상 깊었어... 고마워... 이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