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은 내 사랑
이치고가 울었다. 머리가 멍해졌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심하게. 심장이 쿵쿵 뛰고, 속이 울렁거리고, 그동안 사랑이라고 생각해왔던 그 느낌이 온몸을 눌렀다.
"이치고......"
눈 앞에 있는 건 하나마치 이치고의 홀로그램이었지만, 유우토는 여전히 그게 이치고 본인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유우토는 가슴이 벅찼고, 동시에 견딜 수 없이 슬펐다. 너는, 지금, 정말로... 슬프고 불행해보여. 어떡하지. 나는 네가 그렇게 되길 바랐는데, 이제 와서야 네 삶을 실감해버릴 것 같아. 슬프고, 사랑스럽고, 또 슬프고, 모든 게 뒤죽박죽으로 섞인다.
"...믿어줘서, 기뻤어. 날 의심하지 않아서, 내 도와주겠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줘서. 내가, 미안한 건... 전부... 네가 말한 전부야... 그밖에도... 많아."
네게 거짓말한 것. 널 죽여야겠다고 생각한 것. 네 불행이 되려고 한 것. 널 죽인 것. 널 죽인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아니, 후회할 수 없다는 점까지 포함해서.
"...네가 계속 우리 곁에 있어줬으면 했어...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가족들도 잊어버리고... 그리고, 그리고... 날... 너를 죽인, 끔찍한 사람으로... 계속 기억해줬으면 했어. ...아쉬운 건 그래서야, 네가... 최대한 많은 걸... 기억했으면 했으니까. ...널 사랑해. 내가... 네 불행... 그 자체가 되고 싶었어."
유우토는 문득, 자기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이치고의 귀에는 더더욱 그렇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고백이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 유우토는 이미 이치고를 죽였고, 돌아온 이치고는 유우토의 앞에 있었다. 거짓말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네가 날, 영원히 미워해주길 바랐어... ...이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