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우리를 밝은 곳으로 이끌어주소서
신이 있다면 인간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 정말로 있다면. 그런데도 불행으로부터 구해주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비참할 테니까. 그렇기에 유우토는 세상에 신이 없거나, 또는 있더라도 불행을 사랑할 거라고 믿었다.
유우토는 눈 앞의 신을 본다. 사람의 몸 속에 있기 때문에 사람과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신. 그는 지나칠 만큼 친근했고,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웠다. 까만 입으로는 아득할 만큼 밝은 미래를 이야기했다. 유우토는 구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끝나지 않는 벌을 받아야 할 사람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을 부리고 싶어질 정도로, 신의 말은 희망으로 가득 차있었다. 지금껏 그의 손을 잡아온 많은 신자들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
"......"
"...계속 슬픈 걸 견딜 순 있지만, ...믿었다가, 다시 깨지는 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미안해. 이 약속을 믿는 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면, 약속... 해줬으면 좋겠어."
기대하는 건 나쁜 게 아니라고 했지. 하지만 나쁘지 않아도 고통스러운 건 있어. 마음을 무너뜨리는 건 슬픔보다 희망이니까. 유우토는 천천히, 떨리는 손을 내밀었다. 닿지 않겠지만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았다.
"...우리한테 행복한 미래를, 가져다줄 것..."
나는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손가락을 걸어줘. 거짓말이어도 바늘을 삼킬 필요는 없어. 그냥 지금 이 순간, 네가, 나를. 우리를 생각해줬다는 걸, 기억할 수 있도록 약속을 남겨줘.
아, 그래도.
정말로 오면 좋겠다.
행복한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