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행복한 오치를
단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무사히. 그 기대의 무게는 과연 얼마일까. 그건 살아있는 사람이, 앞으로 살아남아야 할 사람이 견뎌낼 수 있는 무게일까. 유우토는 알 수 없었다. 기대를 가진 이상 그녀는 그걸 함부로 버리지 않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었다. 희망이 되기에는 얇고 희박한 가능성이더라도.
"...나는 어리석지 않으려고 하는 네가 좋았지만,"
이나리는 웃었다. 웃으면서도 울었다. 그녀의 눈물의 의미를 완전히 알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유우토는 왠지, 그녀의 추모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슬퍼하는 것이 자신이 아닌 '이토'의 죽음이라고 하더라도. 슬픔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언젠가 오델라 앞에서 우는 이나리를 보았을 때처럼. 유우토는 그녀의 미련의 일부가 된 것이 슬펐고, 기뻤고, 자랑스러웠고, 부끄러웠다. 그 어느 것도 그녀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유우토는, 이나리를 따라 그저 웃었다. 웃었는데 꽃잎이 떨어졌다. 눈가가 조금 뜨거웠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아, 나 혹시 지금, 너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렇다면 조금 기쁠지도 몰라.
"어리석은 기대를 가져주는 너도, ...기뻐."
다 함께 길고 길었던 꿈에서 깨어나는 상상을 한다. 각자의 삶 속으로 돌아가는, 그리고 조금씩 더 행복해지는 상상을. 메이의 지휘에 맞춰 피아노를 연주하는 쿄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차를 마시는 오델라와. 어른이 되어도 사랑 받으며 노래하는 이치고. 믿게 된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는 루키아. 살아남은 사람들 역시 그들이 있던 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나는 작은 방으로 돌아가겠지. 아무 것도 없는, 오직 슬픔 속에 빠져있기 위해 존재했던 그 방으로. 유우토는 밖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 밖의 삶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대는, 변했습니다.
그렇게 말해준 사람 앞에서, 변하지 않는 삶을 상상해선 안 될 것 같아서. 유우토는 그 작은 방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노력했다. 나는 변했을까. 아니면 앞으로 변할 수 있을까. 그는 오랜 시간을 들여 상상해보려고 했다. 고여있지 않은, 이나리와 마찬가지로 흘러가는 삶을 가진 자신을.
"만약에, 정말로... 정말로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서.
"요세에서, 네 라쿠고를... 듣고 싶어. ...그 때는 꼭, 좋은 관객이, 될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곧 이나리는 또 한 사람이 눈 앞에서 흩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죽음의 무게만큼 그녀의 기대는 무거워질 것이다. 유우토는 그 기대를 함께 짊어질 수 없었다. 기대가 깨어질 때쯤엔, 그는 이미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그는 그저 조용히 바랐다. 그녀의 삶이 계속되기를. 무너지지 않기를.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바랄 수 있다면.
어리석은 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