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유우토가 경험한 첫 죽음은 게임기 화면 너머에 있었다. 그녀는 늘 씩씩한 사람이었다. 꿈이 있었고,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고. 그리고 죽었다. 허무하게. 유우토의 흐릿한 기억 속에서도 그녀의 죽음만은 언제나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수십 번, 어쩌면 수백 번, 그녀가 죽는 장면을 반복해서 봤으니까. 유우토는 그 불행한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녀는 죽어야 했을까.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고, 그렇기에 늘 살고 싶어했는데. 유우토는 그녀의 죽음을 바라보며, 그녀가 살아온 삶에 대해 끝없이 생각했다. 영영 슬픔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그렇게 그의 첫사랑이 되었다.
그 후의 삶은 그대로, 그의 예감대로 슬픔 속에 갇힌 채 고였다. 오로지 누군가의 불행을 슬퍼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다 썼다. 고인 삶이 썩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그는 삶을 증명하는 건 불행이며, 그렇기에 그 역시 누군가의 삶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살인자가 되었다. 죽은 후에 유우토는, 어쩌면 조금 변했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죽은 사람들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들의 불행한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고, 슬퍼하고, 다시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ㅡ 왜 여기에 있어. 시체 좋아해?
ㅡ 모르겠어, 나도... 그냥... 그냥... 못 떠나겠어. 계속 여기에 있어야 될 것 같아...
ㅡ ...이런다고 죽은 사람은 안 돌아와.
ㅡ ......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은, 왠지 계속 보게 되잖아... 너는 그렇지 않아?
ㅡ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은, 보지 않아. 뭐하러 봐, 보고 싶지 않은데.
오델라 곁을 떠나지 못하는 유우토에게 루키아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네가 똑똑하다고 생각했어. 너는 봐야 할 것과 보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지. 나는 그러지 못했고. 우리의 삶은 많이 달랐고, 그렇기에 끝나는 모습 역시 달라야 했어.
유우토는 돌아온 루키아 앞에 있었다. 죽은 루키아는 힘들어했다. 예상했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죽인 챠오웨이를 미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이치고가 자신을 미워하고 싶지 않다고 했을 때, 유우토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루키아의 말도 이해할 수 없어야 했다. 아니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했다. 그러나 곧 이어지는 루키아의 말에, 머리 위로 찬 물이 쏟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ㅡ 난... 더 이상 불행하기 싫으니까. 죽었고, 행복해질 순 없지만 이 이상 불행한 건 사양이야. 그래서... 내가 아꼈던 것들을... 미워하기 싫어. 그것 뿐이야.
루키아의 손이 유우토의 머리에 닿았다. 그는 그대로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난 괜찮아. 그렇게 유우토를 위로하면서. 다정한 손길이었다. 머리가 멍해져 한참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루키아. 네 앞에 있는 건, 살인자야. 난 누군가를 영원히 불행하게 만들고 싶어서 사람을 죽였어. 아, 이래선 안 되는데. 왜 네 손이 내게 닿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젠. 모든 게 잘못된 것 같아. 이제 와선 아무 것도 바로잡을 수 없는데.
"...... ...넌, 여전히... 살아있구나."
모든 죽음은 늘 슬프지만, 그럼에도 그 슬픔의 깊이에는 어쩔 수 없이 차이가 있었다. 유우토는 자신의 죽음과 루키아의 죽음의 무게가 결코 같아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내 첫사랑은 너를 닮았을지도 몰라. 만약 죽은 그 애에게도 물어볼 기회가 있었다면, 너와 비슷한 대답을 했을 거야. 꿈에서 깨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유우토는, 불행이란 말 안에 그들의 삶을 가둬놓아선 안 된다는, 그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늦은 지금에 와서야, 하고 말았다.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깨진 데이터라는 생각이... 안 들어. ...너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 같아, 루키아..."
이 말은 그에게 잔인하게 들릴까. 유우토는 이곳이 가상현실 속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가상현실 속의 루키아는 죽었다. 현실의 루키아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아직은 기적을 바랄 수 있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지금만은 진심으로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