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에게는 누군가의 죽음을 추모할 자격이 있는가. 기적을 바랄 자격이 있는가. 손을 잡을 자격이 있는가. 유우토는 누구의 앞에 있어도 부끄러웠다. 올바른 길에 대해 생각할 수록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다고 느꼈다. 이곳에 와서 나는, 정말 조금이지만 변했다고 생각해. 나는 불행을 제외하더라도 너희를 사랑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래. 하지만 그건 정말일까. 어쩌면 너희 모두 여기에 갇혀있기에, 그 자체가 하나의 불행이기에, 너희를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더 이상 너희 앞에서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분명 전에는 미움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너희가 나를 기억해주기만 한다면. 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어. 너희가 내 손을 잡아줄 때마다, 내 이름을 불러주고 웃어줄 때마다, 나는 너희에게 미움 받는 게 무섭다는 생각을 해. 너희 곁에 있고 싶어. 늦었지만 행복을 기대해보고 싶어. 하지만 내겐 그럴 자격이 없어. 나는, 내가 끔찍한 존재로 느껴져서 견딜 수가 없어. 머리가 복잡해. 생각이 끝나질 않아. 힘들어. 아, 나는 생각을 이렇게 많이 하는 사람이...




 ... 

 ... ...

 아니었는데.



 




 유우토는 문득 생각을 멈췄다. 머리가 멍해졌다. 동시에 모든 게 가벼워졌다. 생각을 멈추는 건 유우토의 특기였다. 생각 없고 가벼운 삶. 그게 유우토가 평생을 살아온 삶이었다. 그는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건 비극도, 불행도 아니었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었다.


 유우토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무대로 향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 올라가, 마이크 줄을 손에 쥐었다. 그는 이 줄로 이치고를 죽였다. 지금도 여전히 이치고의 목을 조르던 순간의 느낌이 손에 남아있었다. 나는 기억하고 있어. 이치고를 죽였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오로지 나의 꿈을 위해 움직였을 때...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유우토는 쿄와 변할 수 없는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치고를 죽인 순간은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었다. 사람을 죽인 사실은, 그 때 했던 모든 생각과 감정은 그의 본질이었다.


 게임에는 분기점이 있다.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더 이상 엔딩을 바꿀 수 없다. 설령 기적이 일어나더라도, 유우토에게도 이치고에게도 죽음의 기억은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니 유우토는 떳떳한 삶을 살 수 없었다. 분명, 앞으로도 영원히. 더 이상 부끄럽지 않고 싶다는 건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었다.


 그가 해야 하는 건 다른 일이었다. 유우토는, 그 떳떳하지 못한 삶의 끝을 봐야 했다. 이곳에서 죽음은 끝을 의미하는가. 만약 그랬다면 그는 다시 눈을 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카네 유우토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게임 실황자였던 그는, 게임을 할 때만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그렇기에 라텐트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조작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다면 컨트롤러를 놓아서는 안 된다.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면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유우토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천천히 마이크 줄을 내려놓았다.



 어디로 가야 할까.



 유우토는 무대를 본다. 넓은 무대에는 아무도 없다. 삶은 가장 중요한 순간을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분기점을 지난 후에도 소소한 선택지들이 있기 마련이듯이, 그에겐 아직 선택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그에게는 자격이 있는가. 유우토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와서 자격에 대해 생각하는 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고민은 줄곧 선했던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일이었다. 사람을 죽인 유우토는 떳떳해질 수 없다. 하지만 뻔뻔해질 수는 있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해야 할 일은,




Posted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