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의 마지막에는 선물을 교환하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우토가 준비한 선물은 오르골이었다. 목에 걸 수 있는 작은 오르골은, 손잡이를 돌리면 유우토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다. 함께 사랑을 노래하자. 우리 모두가 할 수 있어. 하루 종일 노래하면, 사랑은 그만큼 더 커질 거야... 아. 그 게임의 캐치 카피는, 엔딩까지 울면 안 돼, 였는데.
눈 앞에 꽃잎이 수북히 쌓여있다. 이제는 익숙해졌다. 익숙해진다는 건 뭘까. 유우토는 무뎌지고 싶지 않다고 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살고 싶어했고, 또 사람으로 있고 싶어했던, 운 나쁘게 이런 곳에 갇혀버린 사람들. 악의 앞에서 사람은 도망칠 수 있을까. 차를 함께 마시지 않았다면 오델라는 죽지 않았을까. 선의를 믿지 않았다면 이치고는 무대를 성공시킬 수 있었을까. 그 날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러 가지 않았다면 루키아는 여전히 살아있었을까. 상담을 받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면, 마요이와 누노이치는... ...
대답은 눈 앞에 있었다. 이 안에서는 전부 소용 없었을 거란 대답이. 라일리는 어떻게 해야 죽음을 피할 수 있었나.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선물한 오르골은 무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유우토는 그것을 주워들었다. 짧았던 무도회가 끝났다. 사람들의 손을 잡고 춤을 추던 라일리는,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라일리 트리스탄. 멋진 이름이었다. 그는 얼마 전에 자신을 꾸미고 있던 많은 것들을 내려놓았다. 가발을 벗었네. 기모노도 입지 않게 됐구나. 꾸미지 않은 말투도 편해 보여서 좋아. 네가 원래 있어야 할, 있고 싶어했을 모습으로 돌아온 걸 축하해, 라일리. 네게는 그 모습이 가장 잘 어울려. 유우토는 조금 더 많은 말로 축하했어야 했다. 그건 분명 라일리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이었을 테니까. 이런 허무한 죽음보다, 훨씬 더.
차라리 불행을 계속 사랑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불행이 삶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었다면, 이 안에서도 계속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이곳에서 찾아오는 죽음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여기서 우리의 삶에는 가치가 없다. 우리는 죽기 위해 여기에 온 걸지도 몰라. 그럼 나와 너는 할 일을 제대로 한 거네. 그치. 아무 의미도 없었어, 정말 그럴지도 몰라. 정말로... ...
"라일리... ..."
유우토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리리가 아닌 라일리. 라일리 트리스탄. 네가 눈을 뜨면, 자랑스러운 그 이름을 부를게. 마땅히 불려야 할 너의 이름을. 그러니 너는 노래를 불러줘. 사랑을 노래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이크를 잡고, 네가 하고 싶은 노래를...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유우토는 마이크 줄로 누군가의 노래 소리를 끊기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누군가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할 수 있을까.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건 착각이었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아직은 기적을 바라야만 해. 엔딩은 언제가 되어야 찾아올까. 우리는 이제 충분히 울었어. 그러니 그만 끝내줘. 부탁이야. 아. 나는 이제, 지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