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루테루보즈(다음 날 날씨가 맑기를 바라며 걸어놓는 천 인형)를 거꾸로 달아놓은 것으로, 다음 날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뜻이 있다. 루테루테보즈, 후레후레보즈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 아이아이가사 (相合傘)
: 한 우산 아래에 두 사람이 들어가는 것. 우산 모양의 기호 옆에 두 사람의 이름을 적어, 사랑하는 사이임을 표현하는 낙서이기도 하다.
몸이 심하게 지직거렸다. 목소리가 갈라지고 깨져,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손에는 아무 것도 닿지 않았다. 아프거나 하진 않아? 그렇게 지직거리는데. 아오키가 물었다. 아프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감각이 없는 느낌이라고, 유우토는 깨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뒷말은 삼켰다. 그래서 조금 무서워.
자신을 잃어버리는 건 순식간이다. 예를 들면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 안에서 불을 껐을 때. 아니면 끔찍한 고통 끝에 정신을 잃고,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그 다음에는... 유우토는 더 이상 지직거리지 않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사라지는 건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에 다시 누군가 희생해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나.
ㅡ 그럼 같이 걸을까? 나도 비 오는 날의 산책은 즐겁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유우토는 가위를 쥐었다. 조심스레 흰 천을 잘랐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손으로 전해져오는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주 천천히. 그건 유우토가 이곳에 존재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아오키. 나는 이번에도 나를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어. 네가 죽었기 때문에. 죽음으로 세상을 구하는 건 꼭 소년 만화의 슬픈 장면 같네. 이 말을 들었다면 그는 웃었을까. 아니면 다른 반응을 보여줬을까.
한참 후에야 완성된 인형을, 유우토는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의 날씨부터 우리의 마지막까지 전부. 하지만 그 말을 믿었다간, 다시 어디로도 갈 수 없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우토는 흰 천으로 만든 인형을 얇은 줄로 묶었다. 그리고 창틀에 거꾸로 매달았다. 창가에 매달린 아메아메보즈가 천천히 흔들렸다.
"다시 비가 오면 좋겠다, 그치... ..."
그러면 우리 또 같이 우산 쓰고 산책하자. 너와 했던, 사랑의 말과 농담이 섞인 가벼운 대화를 좋아했어. 유우토는 운명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는 다시 천천히 마지막 객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정해진 운명이 아닌, 그렇기에 슬픈 시모아오키 쇼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