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이후로 몇 사람이 죽었을까. 그동안 찾아온 죽음은 유난히 끔찍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마저 무너지려고 하고 있었다. 모든 게 갑작스럽고 또 허무했다. 누군가는 차라리 이대로 모든 게 끝나버리길 바라기도 했다. 다 같이 무너지는 건 로맨틱하지. 유우토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다 같이, 라는 말은 늘... 나한테는 어떤 것보다도 가슴 벅찬 말이었어. 그 다 같이라는 말 뒤에, 불행해진다는 말이 오더라도, 아마 예전의 나는 정말로 기뻐했을 거야.

 

 "... ...렌자부로."


 하지만 유우토는 불행을 바라는 대신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해피 엔딩을 위해 힘내겠다고 말해준 친구의 이름을. 그건 더 이상 신의 이름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유우토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렌자부로가 말했다. 온전한 나를 믿어줘. 유우토는 그 말이 좋았다. 이제 나는 전지전능한 신보다 노력하는 사람이 더 좋아. 유우토는 렌자부로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끌어안는 시늉을 했다. 손가락을 걸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닿지 않았지만, 살아있는 것처럼 거리를 가늠하면서.

 

 "네가 손가락을 걸어줘서, 기뻤어... ...노력하겠다고 해줘서... ...네가 우리를, 소중히 여겨주는 게... ...나는 정말로 기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쳤다. 렌자부로 역시 지쳐보였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두 번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곳까지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희망을 이야기할 힘도 남지 않았을 정도로. 하지만 네가 힘을 내보겠다고 해줬어. 너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맞이하는 해피 엔딩에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준 거지. 그렇다면 나 역시 이 약속에 대한 예의를 지킬 거야. 네가 내 믿음에 보답해준 만큼, 나도.

 

 "그러니까, 나도... 힘낼게. ...네게만 해피 엔딩을 가져다 달라고, 바라지 않을 거야... 이제는... 견뎌낼 수... 있어."

 

 이제 정말로, 노력할 테니까.

 

 "그러니까 우리, 같이... 기적을...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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