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잘리아는 알료샤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빨간 바이크와 사랑에 빠진 러시아의 어린 소년을. 금발의 잘생긴 소년과, 매끈한 차체의 빨간 바이크는 운명적으로 잘 어울렸다. 통쾌하게, 또는 자랑스레, 그것도 아니면 사랑에 빠진 듯한 얼굴로ㅡ 바람을 가르며 거리를 달리는 알료샤의 모습을, 로잘리아는 즐거운 얼굴로 떠올렸다.
"후후, 로맨틱한 사랑의 도피네요."
"그치? 완전 운명이었다니까."
도난에 대한 도덕적인 비난 같은 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기에는 시시한 주제다. 알료샤는 그 때의 감동을 되새겨보듯, 가슴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아마도 그의 손바닥에는 두근, 두근, 심장의 고동이 전해져오고 있을 것이다.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 그 날과 마찬가지로. 로잘리아는 알료샤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 눈 너머로, 운명의 사랑과 함께 하기 위해 핑계로 스스로를 묶어두고, 마침내 최연소면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레이서가 된, 스펙타클한 천재의 삶 역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레이싱을 그만두려는 건, 사랑을 소중히 하기 위해서 거리를 두려는 거고?"
"아하하, 틀린 말은 아니야. 바꿔 말하자면 그렇게 되겠네."
"진심이네요, 알료샤 군."
"물론이지."
알료샤는 여전히 시원시원한 얼굴로 웃었다. 로잘리아는 그게 우승자의 미소가 아닐까 짐작했다. 레이스를 마치고, 1등을 확신하며 헬멧을 벗을 때도 분명 그는 이런 식으로 웃고 있을 거라고. 그녀는 다시 한 번 빨간 바이크 곁에 선 알료샤를 상상하다가, 입을 열었다.
"로즈는 조금 전까지 알료샤 군과 함께 하는 드라이브를 꿈꾸고 있었는데~ 그렇게 열렬하게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버리다니. 나쁜 남자군요, 알료샤 군은."
만약 로잘리아에게 손이 있었다면, 그녀는 레이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로잘리아는 그냥 농담조로 말하며 웃었다. 어느 로맨틱하고 운명적인 밤에, 러시아에서는 알료샤가 훔친 바이크를 타고 질주하고, 이탈리아에서는 로잘리아가 커다란 칼을 내리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느 샌가 만나서, 캄캄하고 퀘퀘한 지하 동굴에서 시시껄렁한 사랑의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인생은 정말이지 예상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그런 흔한 말을 로잘리아는 새삼스럽게 떠올렸다. 청춘 영화의 주역이 된 마냥, 유쾌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