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리주 매니저가 된 날을 기억합니다.
그 날,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정확히 어떻게 지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말입니다. 처음으로 술을 잔뜩 마셨던가요. 가족에게, 친구에게, 애인에게, 하루종일 자랑을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음 날 다들 지쳐있었던 걸 보면 말이지요. 사무소 분들께서도 한껏 축하해주셨습니다. 다들 그렇게 자신의 일처럼 축하해주신 걸 보면, 저는 제법 사랑 받는 매니저라고 자신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제게 생긴 이능력도, 제게는 기적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야말로 신께서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했지요! 언제든 다른 분들께 최고의 컨디션을 선사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그야말로 매니저를 위한 능력이 아닙니까. 얼마나 기뻤는지 아무도 모르실 겁니다. 아니, 그렇게 열심히 말하고 다녔으니 다들 아실 수도 있겠군요. 비록 페널티는 있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이대로도 나쁘지 않았어요. 평생 선글라스를 벗지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제법 괜찮은 패션 아이템이고, 슬슬 제 아이덴티티처럼 되어가고 있는 중이고 말이죠. 그러니까 전 당연히, 살인 같은 방법으로 제 능력을 발전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분명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사실 이런 당연한 이야기에 대해선 굳이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걸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이 알고 계실 테니까요. 단 한 분, 선생님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선생님께서 저희를 해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믿었어요. ……아니, 사실은, 완전히 믿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믿고 싶었어요. 뺨에 입을 맞추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고, 그 정도는 각오했습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많은 창은 대체 어디서 준비해 놓으신 겁니까. 테라스의 벽에서는 화살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이 저택 안에, 다른 곳에도 그런 것들이 있습니까? 얼마나 많이 준비해두신 건가요. 그 많은 창을 봤을 때까지도 아니기를 바랐습니다. 전부 소품이고, 가짜고, 연출일 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랬는데 지금…… 다리가 불에 타는 것 같습니다. 이 다리를 다시 쓸 수 있을까요. 저는 감히 제가 노력해왔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이 두 다리로 열심히 뛰어다녔고, 그렇기 때문에 오블리주가 된 걸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선생님께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으시더군요. 제 노력 같은 건 정말로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입니다.
앞에 나선 걸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다친 것도…… 괜찮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가 이 모든 게 현실이라는 걸 증명해버렸군요. 제가 방아쇠를 당긴 거나 다름 없습니다. 경솔했다는 후회에 의미가 있을까요. 여러분들께 괜찮을 거라고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불안할 때 손을 잡아드리는 것 역시 매니저의 역할이니 말입니다. 그랬는데…….
……몸을 챙겨달라는 부탁도, 이제 제가 하면 우스운 말이 되어버리겠군요.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