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많은 사람들한테 편지를 보내주고 싶어요! 행복해질 수 있게!



 75008, 프랑스 파리로 가야했을 우편은 도착하지 못했다. 그녀가 배달해야 했을 행복이었다. 전부 불에 타버리고 말았다. 재판이 끝났을 때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고작 열 다섯살입니다. 고의가 아니었어요. 울고 계시잖습니까. 이제 그만 내려주세요. 투표도, 유죄와 무죄를 가리는 천칭도, 전부 이상합니다. 이런 건 축하할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다코타 씨가, 집에 가고 싶다고, 부모님을 보고 싶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왜, 그렇게 즐거운 표정으로 웃고 계십니까. 왜 이런 걸 벌칙이라고 부르십니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도 할 수 없었다. 코우타는 말의 대가로 목발을 짚게 되었다. 도미노처럼 불행이 연달아 두 사람을 덮쳤을 뿐이었다. 다코타 슈슈는 보호받아야 했다. 쿠지라오카 이스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재판 놀이에 끌고 올라와 조롱해도 될 목숨이 아니었다. 천칭은 슈슈를 떨어뜨렸다. 이스즈의 목숨의 무게와, 슈슈의 목숨의 무게를 비교한다고 했다. 떨어진 슈슈의 목숨은 이스즈보다 가벼웠는가. 그녀는 그보다 덜 좋은 사람이었고, 죽어 마땅했는가. 



 이런 걸 생각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토키가 떠난 후, 코우타는 아무도 몰래 창고로 향했다. 여전히 피비린내가 났다. 두 사람이 이곳에서 죽었다. 이런 먼지 가득한 창고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너무나 많이 일어났다. 옳고 그름에 대해서, 죽음의 무게에 대해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하는 슈슈는, 코우타가 시계 토끼를 닮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코우타는 우리가 함께라면 동화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거라고 답했고, 같이 동화나라를 여행하자고 슈슈가 웃었다. 그녀는 언제나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여렸다. 자기 전에 동화 읽는 걸 종아한다고 하기도 했다. 잠들 때까지 동화를 읽어준 건 딱 한 번이었다. 모두가 다 함께 행복해지는 내용의 동화였다. 어젯밤에 슈슈를 찾아갔어야 했다. 그녀는 분명 잠들지 못했을 테니까.


 선글라스를 벗어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완전한 어둠이었다. 천칭이 기울어지면서 모든 게 굴러떨어졌다. 코우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모든 게 끝나면 그는 다시 눈을 가릴 테니까, 누구에게도 들킬 걱정은 없었다. 조용한 밤이었다. 꼭 모든 게 끝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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