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Christine

카테고리 없음 2017. 10. 28. 17:52



 [ 뭐 하고 있어요? ]


 녹음기에서 나온 건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 크리스틴의 목소리는 다양했다. 크리스틴이 고른 대사가 어느 영화에서 나온 것일지 추리하는 건, 코우타만이 아는 작은 즐거움이었다. 코우타는 수첩의 빈 페이지를 찾아 넘기면서 대답했다. 


 "좋아하는 배우가 바로 앞에 있는데 팬레터 하나 못 드린다는 건 아쉬운 일 아닙니까."

 [ 그래서, 지금? ]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안녕하세요, 크리스틴 씨. 저는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크리스틴 씨의 팬…… 으로 시작하는 평범한 팬레터는, 그대로 코우타의 수첩 속에서 점점 길이를 더해갔다. 크리스틴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조금 놀란 것처럼도 보였고, 창피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니면 호기심을 느끼고 있는 표정일지도 모르지만.


 [ 다른 곳을, ] 녹음기를 조작하는 소리가 난다. [ 보고 있어야 할까요. ]

 "으하하, 그러진 않으셔도 됩니다. 편하게 계세요."


 이런 종이밖에 없어서 유감입니다만. 그렇게 말하고 코우타는 마저 편지를 적어 내려갔다. 작은 수첩의 한 페이지에는 들어가는 내용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몇 번인가 장을 넘겨야 했다.


 "팬레터를 관리해 본 적은 있습니다만, 직접 써보는 건 처음이군요."


 처음에 그 편지에는 영화배우 크리스틴에 대한 내용이 적혔다. 크리스틴이 출연한 이 영화의 이 부분이 좋았다든가, 이 장면의 크리스틴의 표정이 좋았다든가. 그러다 점점, 편지의 초점은 이곳의 크리스틴에게로 옮겨졌다. 코우타가 그걸 깨달은 건 '그 때 병문안 와주셔서 기뻤습니다'라는 문장을 적고 난 후였다. 그는 잠시 펜을 멈추고 지금까지 쓴 내용을 되읽기 시작했다. 코우타가 꽤 오랫동안 펜을 움직이지 않자, 옆에 있던 크리스틴이 신경 쓰인 듯 녹음기의 버튼을 눌렀다.


 [ 고민 중인가요? ]

 "예. 음…… 팬레터가 아니게 된 것 같아서 말입니다."


 한참을 그대로 고민하다가, 코우타는 마저 편지를 적기 시작했다. 병문안의 다음에 오는 이야기는 퇴원 선물이었다. 그 날 수면 안대 덕분에 잠이 잘 왔으며, 크리스틴이 꿈에 나와 함께 산책을 했다는 것. 그 밖에 몇 가지 사소한 이야기를 적은 다음,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그래오셨던 것처럼, 계속 스스로를 잘 챙겨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크리스틴 씨라면 걱정 없겠지만 말입니다.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하루하메 코우타.'라고 끝맺었다. 


  코우타는 편지를 적은 몇 장의 페이지를 조심스레 뜯었다. 여러 장의 종이를 묶어 정리하기에는 스테이플러도 클립도 없었다. 코우타는 잠시 고민하다가, 셔츠에 달아둔 빨간색에 흰 물방울 무늬가 있는 뱃지를 빼서, 핀으로 종이를 집었다. 그리고 그대로 크리스틴에게 건넸다.


 "자. 반만 팬레터가 되어버렸습니다만. 뒷부분은 그냥 친구에게 받은 편지라고 생각해주세요. 뱃지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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