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그런, 비논리적인 희생에는 회의감이 듭니다.
ㅡ ……비논리적인 희생입니까. 그렇게 부르시는군요.
ㅡ 이성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감성적으로 생각하면 또 다르겠지요.
ㅡ 그렇다면 감성적인 의견에 대해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ㅡ ……. 아, 이런. 감성적인 의견은 넘어갈게요. 아직은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 말을 하면서, 살바토르가 유난히 밝게 웃었던 걸 코우타는 기억하고 있다. 늘 덤덤한 그였던 만큼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하고 있던 건 살인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키사키 캐시와, 앨리스 블랑과, 토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러니 코우타는 어떤 맥락에서 살바토르가 그런 웃음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억 속 아코스 살바토르는 언제나 이성적이며 합리적이었다. 그래서 코우타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로부터, 그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가 줄고 줄어도 아코스 살바토르는 살아남을 거라고 믿었다. 그게 좋은 의미인지 나쁜 의미인지는 일부러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남을 해칠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 경솔한 판단을 내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누구보다도 죽음에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 생각을 했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살바토르는 시체를 사랑했다고 한다. 그래서 크리스틴 로랑의 시체 (사실은 살아있던, 팬텀 로랑의 녹은 몸) 에 다가갔다고 했다. 서재의 소음을 들었을 때, 더 빨리 달려가야 했다. 모두가 서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아직 살아있었다. 숨을 쉬었고, 가면이 벗겨진 그의 얼굴은…… 눈을 뜨고 있었나. 아니면 감고 있었나. 우리를 보고 있었나. 팬텀 로랑을 보고 있었나. 가장 선명해야 할 그 부분이 기억나지 않았다. 어쩌면 마지막 순간을 일부러 기억에서 지워버렸는지도 모른다. 코우타는 서재의 바닥을 밟는 자신의 발이 유령처럼 허공에 떠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할로윈이 아직 지나지 않았으며, 이 모든 건 10월 31일의 악몽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미 11월 1일이 끝나가고 있었다. 오늘은 할로윈이 아닌 천주교의 성인을 기리는 날이다. 코우타는 살바토르의 시체 곁에 가만히 무릎을 꿇었다. 천주교의 신자가 아니었기에 기도하는 법은 몰랐다. 자신의 능력으로, 죽은 사람에게 편안한 잠을 줄 수는 없다는 걸 이제 그도 알고 있었다. 무의미한 노력이 무엇을 낳냐고 살바토르가 물었던 기억이 났다. 그 질문에 코우타는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어리석기 때문에. 또는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코스 살바토르는 결코 납득할 수 없을 이유로 코우타는 그 자리에 있다. 코우타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침묵을 사랑했던 사람의 곁에서, 조용히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