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야의 사과 앞에서, 코우타는 자신이 한 말을 후회했다. 그건 투정이었다. 조급함에서 나온 큰 실수였다. 이레이 레이야는 이제 막 레이야로서의 삶을 다시 시작한 참이었다. 자신의 죄와 마주본다는 건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그러니 코우타는 그런 말을 하는 대신에, 먼저 레이야의 손을 잡아야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을 거란 확신을 먼저 줄 수 있어야 했다. 코우타는 뒤늦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의심하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잠시 침묵했다. 다음 말을 해도 될지 아닐지 망설이면서. 코우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실망이다. 더 이상 그를 믿지 않고, 기대지 않고, 멀리멀리 떠나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입을 열 때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놓지 않겠다는 레이야의 말을 믿기 때문이었다.
"저는 완전한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만큼 정직한 사람이 아닙니다. 언젠가 레이야 씨…… 야가 씨께 거짓말을 한 적도 있어요. ……지금 처음 말씀 드리는 일이라,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모자챙으로 올라가려는 손을 꾹 참아냈다. 코우타는 표정을 숨기고 싶을 때마다 깊게 모자를 눌러 쓰는 버릇이 있었다. 불안할 때도, 슬플 때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을 때도. 선글라스를 써도 표정이 티가 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은 끝에 생긴 버릇이었다. 하지만 코우타는 참았다. 중요한 순간에 레이야는 용기를 내서 눈을 마주쳤으니까. 코우타는 선글라스 너머로나마, 고개를 든 레이야의 눈을 바라보았다. 가까운 거리였다. 레이야의 눈에도 코우타의 눈이 보일 것이다. 그건 코우타에게 두려운 일이다. 숨길 수 없다는 건 언제나 두려운 일이었다. 레이야 뿐만 아니라 코우타에게도 그랬다.
"그래도 레이야 씨 앞에서는 최대한…… 솔직해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대한 것들이나, 레이야 씨에 대한 이야기는 전부 진짜예요.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걸려도 괜찮습니다. 전부 믿을 수 있게 되기까지…… 말입니다."
레이야가 보여준 신뢰가 얼마나 큰 것인지 코우타 역시 알고 있었다. 서로가 노력할 거란 사실만은 둘 다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코우타는 그렇게 믿고 있었고, 그렇기에 더 이상 조급한 마음에 휘둘릴 수는 없었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상처 받더라도 회복할 시간이. 의심하더라도 다시 믿게 될 시간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 이제는 믿어야 했다.
"노력하겠다고 해주셨던 걸 믿습니다. 저 역시 레이야 씨께서 믿을 수 없을 때마다 확신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뢰는 원래 그런 과정 끝에 만들어지는 것 아닙니까. 그게, 자연스러운 건데……."
"……."
"……늘 조급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신뢰해주시길 바랐고, 그래서…… 그래서 여러 번 투정을 부렸습니다. 죄송해요."
코우타는 가만히,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레이야는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아주었다. 포옹을 했을 때는 마찬가지로 코우타를 안아주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충분하고도 넘칠 만큼의 신뢰였다.
"……함께 가기로 했으니 어떤 일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후회하실 때도, 불안하실 때도 곁에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무너지지만 말아주세요. 그것만 약속해주신다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