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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7. 11. 12. 00:51



 아모르는 의식을 잃은 채였다. 눈의 응급처치는 헤이싱과 살바토르가 마쳤다.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처였다. 코우타는 의안이 끼워졌을 아모르의 오른쪽 눈을 잠시 바라보았다. 치료를 한 두 사람의 솜씨는 능숙했다. 그러니 눈의 상처는 가볍게 회복만 돕는 정도로 괜찮을 것이다. 이쪽에 흉터가 남지 않을 정도로만. 코우타는 잠시 자신의 오른쪽 눈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선글라스가 있으니, 티는 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럼에도 여차하는 순간에는 대비해야 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다정하고, 걱정이 많으며, 또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니까.


 코우타는 아모르에게 이능력을 사용했다. 그가 능력을 사용하면 상대방은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일어날 때는 상처도, 피로도 없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눈을 뜬다. 아모르는 죽지 않았다. 잠이 들었을 뿐이며, 때가 되면 일어날 것이다. 안심하기에는 끔찍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안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와서 코우타는 몇 번이나 능력을 사용해왔다. 누군가 죽을 때마다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서, 다시 눈을 뜨길 바라며 사용한 능력은 언제나 실패로 끝났다. 그러다 결국엔 체념했고, 그 이후로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하나의 추모 방법이 되었다. 계속 반복되어 이제는 몇 번째인지도 알 수 없게 된 실패다. 오랜 무력함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마저 잃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더 이상 무력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를 돕고, 살리고 싶었다. 


 잠든 아모르를 지켜보는 동안 시간이 흘렀다. 천천히, 복부에 통증이 전해져 오기 시작했다. 코우타는 미리 준비해둔 수건으로 통증이 있는 부분을 꾹 눌렀다. 다행히 셔츠에 피는 묻지 않았다. 그의 능력은 제어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고, 효과가 미미하지도 않았다. 수면의 시간을 조절하면 회복시킬 정도까지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축복 받은 능력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코우타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입을 다문 채, 조용히 고통을 견뎠다. 남들이 걱정하는대로 그의 능력에는 페널티가 있었다. 잠들게 하는 게 아니라 코우타의 몫의 수면을 나눠주는 것뿐이라는 것. 회복시킨 상처와 피로는 전부 그의 몸으로 돌아온다는 것. 모든 건 등가교환이었다. 그러나 코우타는 언제나 이 능력을 감사히 여겼다. 하루하메 코우타는 어쩔 수 없이 매니저였으며, 스스로를 아끼는 건 이럴 때에 소모하기 위한 준비나 다름 없었으므로.


 딱 반만 가져가자. 그 이상은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코우타는 가만히 기다렸다. 챙겨 온 진통제를 먹고, 자신의 상처를 지혈했다. 참기 힘든 고통이었지만 아모르가 겪은 것의 일부에 불과했다. 코우타는 잠시 선글라스를 벗고 식은땀을 닦았다. 그리고 아모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모르는 아까보다 조금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그제야 코우타는 조금 안심한 표정으로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마음 속에 남은 것은 깊은 안도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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