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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7. 11. 22. 11:04



 "올가 씨, 사과 깎아뒀어요."

 

 접시를 내려두자 허밍이 멈췄다. 노래를 흥얼거리던 올가는 고개를 들었고, 그러고는 코우타를 향해 헤 웃었다. 그녀는 기분이 좋아보인다. 코우타는 따라 웃어보였다. 올가가 사과 조각을 집어 한 입 베어물었다. 아삭, 하고 기분 좋은 소리가 났다.


 "코우타는 안 먹어?"

 "저도 먹을까요."

 "응! 같이 먹는 게 좋은데~"

 "하하…… 좋습니다. 그럼 잠시 실례할게요."


 사무실에 있는 4인용 테이블에, 의자는 3개뿐이었다. 의자가 빠진 부분은 휠체어의 자리다. 코우타는 올가가 앉아 있는 의자 옆에 휠체어를 세우고 사과를 집어 들었다. 난방 기구가 웅웅거리는 소리와, 사과를 베어무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 위로 올가가 다시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겹쳐졌다. 요즘은 TV에서도, 어디에서도 자주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롤이었다. 코우타는 노래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코우타가 기억하는 언젠가의 올가는 이런 노래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말이다. 노래는 점점 작아지다가 어느 순간 문득 끊겨버렸다. 올가를 보자, 그녀는 조금 지루해진 듯 기지개를 켰다.


 "심심해. 오늘은 할 일이 없네."

 "스케줄이 없는 날은 한가하군요. 일본어 공부라도 하시겠습니까?"

 "히라가나는 다 외웠는걸! 코우타한테 보여줄게."


 올가는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에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아, 이, 우, 에, 오…… 하나하나 발음하면서. 코우타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서툰 글씨지만 쓰는 순서도, 글자 위에 찍는 작은 점 하나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 글자까지 적은 올가는 확인을 받으려는 듯 다시 코우타를 봤다.


 "봐, 전부 외웠지~ 다 맞았어?"

 "으하하…… 예, 완벽합니다. 빨리 외우셨군요. 노력하셨습니다."


 코우타가 가볍게 올가의 머리를 쓰다듬자, 올가는 어린 아이처럼 기쁘게 웃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손길에도 가만히 있었다. 자연스러운 허락 앞에 코우타는 말 없이 웃었다. 


 "다음엔 뭘 가르쳐 드릴까요."

 "음~ 아무거나? 코우타가 가르쳐주고 싶은 거."

 "제가 가르쳐드리고 싶은 것…… 인가요."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길게 고민할 뻔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 가르쳐주지 못한 건 다음에 가르쳐주면 된다. 이제는 그럴 수 있다. 코우타는 수첩을 꺼내 몇 개의 단어를 적었다. 수첩을 들여다보던 올가는, 두 글자의 히라가나로 된 단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건…… 호시. 무슨 뜻이야?"
 "맞습니다, 호시. 별이라는 뜻이에요."

 "별이구나. 나는 별이 좋아. 호시, 호시…… 오늘 밤에도 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 겁니다. 많다도 알려드릴까요?"

 "응! 그리고 밤이랑…… 오늘도. 내일도 알려 줘."

 "좋습니다. 얼마든지요."


 작은 수첩 한 페이지가 히라가나로 가득 찼다. 몇 번인가 테이블 위로 새로 배운 단어를 그려보던 올가는, 펜을 빌려달라는 듯 코우타에게 손짓했다. 펜과 수첩을 건네자 올가는 그림을 그리듯 히라가나를 적었다. 돌려받은 수첩에는 서툰 글씨로, '오늘 밤 별 보고 싶어'라고 적혀 있었다. 코우타는 작게 웃었다. 


 "내일 밤에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 다음에도, 그리고 또 다음 날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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