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지. 자네 말대로 적보다는 친구를 만드는 게 현명한 일일 텐데."


 다시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 이곳에 와서 몇 번을 들은 질문이었던가. 웨일은 그 질문에 한 번도 고개를 저은 적이 없었다. 세상에는 그런 일들이 있다. 배가 침몰하지 않게끔 일부의 짐을 바다에 던져버리듯이. 아니면 해적에게 인질을 잡힌 선원들이 어쩔 수 없이 요구에 따라 목숨을 버리듯이…… 최선을 고민하고 또 골라도 결국에는 최악을 피할 뿐인 선택들. 열을 잃고 하나가 남아도 이것이 최선이었다며 위로할 수밖에 없는 무력한 상황이 말이다. 


 "그런데 삶은 늘 차라리 적을 만드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게끔 흘러가더군."


 그러니 이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웨일은 가루다의 가슴 깊이 박힌 칼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그러나 입은 열지 않았다. 예상했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재판이 무사히 끝나더라도 더 이상 이것이 최선이었다고 말하지 않으리라. 그것이 무력하게 또 한 번 살아남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일 테니.


 웅웅거리는 기계음이 들렸다. 인어가 버텨내기 힘겨운 소각로의 열기에도 가루다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였다. 늘 베일 뒤에 가려져 있던 눈을 이렇게 보게 되는 건 이상한 기분이었다. 친구라는 말에 새로운 기대를 걸었던가. 8년의 삶을 뒤집는 일이 일어나기를 바랐나. 언젠가 바닷속 깊은 곳에 가라앉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은 적이 있었다. 오로지 피곤하다는 느낌만이 몸에 남아, 등이 바닥에 닿을 때까지 멀어지는 빛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기억. 어쩌면 지금도 비슷한 기분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무사 귀가를 위하여, 건배사와 함께 잔을 부딪혔던 기억이 아직도 손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다음은 더 독한 술을 가져오겠다던 그의 말도. 


 "……끝나면 또 술이 필요하겠어."

 "……."

 "자네의 죽음이 고통스럽지 않았기를. 그 표정이 거짓된 것이 아니기를 바라네, ……친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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