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웨일, 내가 잘 돌아왔다는 말을 했던가?
그것은 예상 외의 말이었다. 웨일은 미쥬의 표정을 읽기 위해 얼굴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옅은 미소를 띈 얼굴이었다. 아니, 조금은 달랐다. 하지만 그 감정을 구체적으로 짚어낼 수는 없었다. 그는 슬퍼하고 있는가. 또는 두려워하고 있나. 가장 먼저 사람을 죽이고, 죽음을 지나가는 일처럼 생각하라고 말한 남자가.
미쥬 나다엘은 유능한 상인이었다. 웨일 역시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 때 상인들 사이에서는 그가 우상처럼 떠받들어지기도 했다. 그 어떤 물건도 팔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도, 그것을 허투루 쓰는 대신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상인.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는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가 수입해 온 무기로 사상자가 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악담이 점점 많아졌다. 악마에게 씌였다, 돈을 많이 버니 이제 욕심에 눈이 먼 것이다, 처음부터 본성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다……. 수많은 말 속에 아직 젊었던 웨일은 생각했다. 사람이 정말로 그렇게 한 순간에 바뀔 수 있을까, 하고.
"……그래."
이제는 웨일도 안다. 어떤 운명적이고 거대한 사건 하나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쥬 나다엘이 뛰어 올라가던 기나긴 계단을 떠올렸다. 수많은 무기가 그의 몸을 꿰뚫던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오로지 하나의 길을 앞에 두고, 죽음과 마주하면서도 왕좌를 향해 달려가던 그 아득할 정도의 맹목. 그러나 동정하지 않았다. 돌아온 그에게도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웨일은 미쥬가 건넨 말 앞에서 한동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말을 계속 곱씹으면, 조용히 묻어두었던 미쥬 나다엘의 죽음에 대한 감상이 파헤쳐질 것 같았기 때문에.
"그렇다면 내가 아니더라도, 더 이상 누구도 이곳에서 죽지 않도록 빌게."
"……."
"만약에라도 우리 중 누군가가 또 다시 죽음을 맞이하고, 남은 사람들이 재판을 위해 떠나야 한다면……."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갇혀 산 자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망자의 모습을 본다. 웨일 역시 미쥬 나다엘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감정을 떠나 도리의 문제였다. 하지만 미쥬 나다엘의 말과 마찬가지로 그의 죽음이,
"이곳에서 계속 기다리고 기도해. 우리의 무사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