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g의 삶

카테고리 없음 2017. 4. 3. 01:26



 이토 님은 제대로 살아 계십니다.

 그러니 자신의 존재를 흐리지 말아주십시오.



 살아있다는 걸 확신할 수 없는 순간은, 대체로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찾아왔다. 가치는 상대적인 거야.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루키아는 그렇게 말했다. 그건 비교할 대상이 없다면 가늠할 수 없다는 뜻일까.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삶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 된 걸까. 혼자 지낸 시간 속에서 이토는 많은 것을 잊었고, 그걸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잊었고, 그런 식으로 점점 텅 비어갔다. 어느 순간 이토는 자신이 비닐에 가까운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얇디 얇은 삶.


 "나는, 네가... 나를, 긍정해줘서... 기쁜 거야."


 이나리는 이토가 살아있다고 말했다. 그 후에 이어진 존재를 흐리지 말아달라는 말은, 감히 의도를 따지자면 바람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이토는 기뻤다. 행복했다.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자신을 살아있는 존재로서 대해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 오직 그것뿐이니까.


 "이곳에서 나는... 너희와 이야기를 해. 너희와 밥을 먹고, 장난을 치고, 같이 산책을 하고, 책을 보고... 많은 걸 해. 지금까지 날 움직여온 건... 오직 하나의 감정뿐이었지만, 여기선 아니야. 나는... 살아있다는 걸 느껴. 이곳에 온 이후로, 매일매일."


 이토는 조금 웃었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나는. 나는...


 "......너희는 그 자체로 내 삶의 증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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