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룸메이트. 그리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나는 네가 정말 좋았어. 내가 계속 여기에 있고 싶다고 했을 때, 넌 밖에 나가고 싶다고 했지. 그거 알아? 우린 다른 나라에서 왔어. 쓰는 언어가 달라. 여길 나가면 서로 말할 수 없어. 넌 그걸 알고 있었을까.


 걱정하지 마. 내가 살인을 저지른 날에, 너는 혼자 잠들었을 테니까. 그 날 밤 내내 난 무대에 있었어. 네가 걱정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 한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해. 살인자와 한 방에서 자는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보지 못했거든. 살인자가 아닌 나와 함께 자는 것도 너한텐 힘든 일이었을 텐데. 그래도 난 2층 침대에서 자는 게 정말 즐거웠어. 새벽에 깜깜한 방에서 눈을 떴는데 밑에서 네 숨소리가 들리면, 그 때마다 정말 기뻤어. 네가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거기에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있었어.


 너는 나한테 살인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지. 미안해. 나는 네게 욕도 하지 않을 거고, 혼자 도넛을 독차지하지도 않겠지만, 사람을 죽였어. 이치고를 죽였을 땐 네 생각이 잠깐 났어. 넌 이제 내 친구로 있어주지 않겠구나. 난 304호로 돌아가지 못하겠지. 그곳은 네 개인실이 될 거야. 남아있는 내 짐이 있다면 모두 버려도 좋아. 가시덤불 너머에 성이 있었잖아. 거기라면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을 테니까. 가장 먼지가 많이 쌓인 곳에 놓아줘. 전부 묻혀버릴 수 있게.


 내 친구.

 은우.


 그렇게 부를 수 있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아니, 사실 마지막은 이미 찾아왔지만, 너도 알잖아. 나는 욕심과 미련이 많은걸. 한 번은 용서해줘. 어쩌면 우린 사랑에 대해 더 이야기해야 했던 걸지도 몰라. 네가, 네게 걸린 저주가 풀릴 날을 기대했듯이. 나도 나와 불행을 공유해 줄 사람을 기대했을 뿐이야. 우리 둘 다 사랑에 대한 기적을 바랐어.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문제를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이제 우리는 서로의 버릇이 나빠지도록 곁에 있어주지 못하겠지. 안녕, 내 친구. 네가 바라는 사랑을 찾길 바라며. 네 룸메이트이자 친구 1호였던 사람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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