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기에 변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너는 인간이라고 유우토에게 말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 때마다 유우토는 몇 번이나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나는 내가 인간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카네 유우토는 죽은 살인자의 깨진 데이터고, 살아있을 때도 부끄러운 삶만을 살아왔으니까.


 "...이 안에서 나는, 너랑, 루키아가... 제일, 존경스러웠어."


 인간이 하는 행동은 모두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유우토는, 범행을 들키고 방으로 도망친 요코의 모습을 인간답다고 느꼈다. 마지막 꿈을 위해 슬픔을 견뎌온 쿄 역시 인간답다고 느꼈다. 누군가는 말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를 인간의 정의로 놓을지도 모른다. 인간다움의 기준은 너무나도 넓고, 말 자체의 의미만 놓고 보면 누구나 그 안에 포함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나리에게 느낀 인간다움은 그와는 의미가 달랐다. 그녀는 언제나 방향을 다잡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키리히테 이나리의 삶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있었다. 그건 유우토가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진짜 삶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너희 둘이... 내가 동경하던... 인간다운 모습에 제일 가까웠으니까. 어리석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매일 조금씩 현명해지고. 너희는... ...살아있는 동안 계속 변해가고, 나아지는 것처럼 보여서... 나는... ...그게 정말, 좋았어..."

 "......"

 "...루키아가... 홀로그램이 되어서... 돌아오더라도. ...나는 그 애를 인간답다고 말할 거야. ...같은 기억, 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나는... 거기에... 같은 무게가 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어쩌면 루키아는, 그걸 바라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움직이지 않는 루키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유우토는 먼지가 쌓인 바닥을 손으로 쓸었다. 유우토는 루키아가 관 속에서 눈을 뜨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온 루키아는 여전히 유우토가 존경하는 스승일 것이다. 그건 이나리가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미래는 입에 담지 않았다. 유우토는 여전히 그녀 곁에 사신이 서있지 않길 바랐기 때문에.


 "...나는 네가 말하는 것처럼, 네가... 부끄러운 사람이 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네 탓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너라면 올바른 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잠시 말을 마치고, 유우토는 이나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건 여전히 사랑하는 친구의 얼굴이었다. 발목을 잡고 싶었는데. 너희는 나한테 잡히기엔 현명한 사람들이지. 유우토는 조금 웃었다. 패배한 악역이 된 기분이었다. 올곧은 주인공에게 감명 받아서, 임팩트 없이 무릎을 꿇는 삼류 악역. 우습게도 그는 지금, 자신이 살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네가,"


 꿈을, 포기해야 할 순간이.


 "...너희가 여길 무사히 나갈 수 있는 때가, 빨리 오길 바라."


 왔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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