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에는 별이 빛났다. 꽃밭에는 아득해질 만큼 많은 빨간 꽃이 피어있었다. 유우토는 이나리의 곁을 걸으며 생각한다. 이곳은 천국처럼 아름답고, 그래서 산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는 이곳의 꽃을 꺾던 날을 기억한다. 누군가의 불행이 되어 삶 속 깊숙히 파고들어가는 건, 짧고 강렬한 행복이었다. 그러나 결국 오래 갈 순 없었다. 유우토는 점점 이치고의 죽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 무게에 발이 묶인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다.


 오델라는 그에게 후회하냐고 물었다. 유우토는 여전히 그 대답을 생각한다. 옳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으려면, 후회는 그의 삶 어느 부분에서 시작되어야 하는가. 결말은 하나의 선택에 비롯되는 게 아닌데. 결국 남는 건 부질없는 질문이었다. 삶 전체를 후회로 채우거나, 그렇게 하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어느 쪽이 덜 어리석을까. 그 고민은 유우토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림과 함께 끝났다. 끝난 이야기에서 찾은 반성점을 활용하는 건, 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유우토 님. 부탁이 하나 있소이다."


 꽃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어두운 새벽에도 이나리의 창백한 피부와 흰 머리카락은 눈에 띄었다. 저 멀리 뜬 달처럼, 어두울 때에 더 은은하게 빛나는 모습은 이 비현실적인 꽃밭에 잘 어울렸고, 유우토는 그 사실이 어떤 복선이 아니길 바랐다.


 "제가 이곳에서 나갈 때까지... 아니, 나가는 것을."


 ㅡ지켜봐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나리는 평소처럼 조용히 웃고 있었다. 유우토는 그녀의 옆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지켜봐 달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가는 순간의 이야기를 하는 건 살아남으리라는 각오일까. 이곳에서 생을 다짐하는 건 죽음을 다짐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죽음은 한 순간이지만 생은 계속되기에. 아무도 끝을 알 수 없는 이곳에서 살아 나가는 꿈을 꾸는 건, 끝없는 사막을 걷는 것만큼이나 막막하지 않을까. 기약이 없어 두렵다던 그녀의 말을 떠올린다. 괜찮겠어? 견딜 수 있어? 순간적으로 떠오른 질문들을, 그는 결국 묻지 않고 삼켰다.


 "...부탁이라고 하기에는, 당연한 일... 인걸."


 마치 작별 인사를 준비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나는 여전히, 너희가 나가고, 내가 볼 수 없는 너희의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게 두려워. 너희 안에서 내가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는 순간이 무서워. 하지만 그걸 묻어두는 것까지가 내가 해야 할 일이겠지. 그러니 유우토는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까지, 라는 말을 지움으로서 암시하는 가능성 같은 것을.


 "네가 어떤 각오를 했든, 지켜볼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말로 지켜보는 것뿐이지만... 그걸로도 네가 괜찮다면... 얼마든지."


 이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죽음의 할당량을, 내가 조금이나마 채웠길 바라. 그건 곧 네 생존으로 이어질 테니까. 유우토는 잠시 눈을 감았다. 다음에 이어질 말을 하기 전에 마음 속으로 조용히 이치고의 죽음을 추모했다. 미안해, 이치고. 지금부터 나는, 네게는 절대 들려줄 수 없는,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할 거야.



 "...살아남아, 이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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