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토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쿄의 손을 잡았다. 언젠가 그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처럼. 첫 재판에서 그의 손을 잡지 못했던 게 슬펐다. 그의 비밀이 폭로당할 때 잡았던 손은 금세 놓치고 말았다. 유우토는 오랫동안 쿄의 손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게 그의 손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꿈에서 몇 번이고 네가 죽는 걸 봤어. 가끔은 네 가족들이 함께 나오기도 했어. 가족 옆에 있는 넌 행복해 보여서, 그걸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쯤에 꿈에서 깼어. 그 때는 그게 슬퍼서 많이 울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네 수많은 관객들 역시 비슷한 것을 상상했겠지. 네 행복한 과거를 상상하고, 불행한 현재와 비교하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쿄. 나는 늦었지만 변하고 싶어. 불행한 널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네 죽음을 슬퍼하고 싶어.
"...늦어서 미안해. 나는... ..."
불행한 피아니스트가 아닌 아케타가와 쿄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불행을 이야기로 소비하지 않고, 죽음을 온전히 그 자체로서만 바라보기 위해서. 그런 유우토에게 기억 속의 쿄가 말한다. 그렇다면 좀 더 지켜봐주세요. 유우토는 그를 바라본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까요. 이어지는 유우토의 말에, 눈물을 닦으며 쿄가 웃는다. 제일 좋은 자리에서 봐주시는 거예요. 끔찍할 만큼 생생한 영상과, 그 위로 겹치던 쿄의 비통한 외침이. 보인다. 들렸다. 선명한 불행이 끝나지 않는다. 완성될 수 없는 곡을 치는 쿄. 망치 소리. 꽃잎이 되어 흩날리는... ... 아. 유우토는 힘껏 눈을 감았다.
"나는, 네가... 죽어서... ...슬퍼, 쿄. ...네가... 어떤 연주도... 하지 않아도. ...불행을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도..."
손이 떨렸다. 끝없이 떠오르는 그의 불행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쿄의 말대로 그건 그의 본질이었으니까. 불행하지 않고, 피아노를 치지 않는 아케타가와 쿄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본질을 지운 쿄의 죽음을 슬퍼하는 일에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증명하는 일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유우토가 추모할 수 있는 건 불행한 피아니스트 쿄의 죽음뿐이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불행을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은 유우토에게는, 그 죽음을 떳떳하게 슬퍼할 자격이 없었다.
"...그래도... ...슬펐을... 거라고, ...생각해. 여전히 널, 좋아했을 거야..."
"......"
"아니, 그렇게... 믿고 싶어. 그랬을 거라고, ... ..."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유우토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쿄의 앞에서만은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길 바랐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적어도 눈물이 속죄나 사과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불행에 대한 찬양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떨어진 눈물이 꽃잎이 되어간다. 모든 게 부끄럽고 우스웠다. 살인자가 살인자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도, 그마저 제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아름답게 떨어지는 꽃잎도.
"...... ...미안해, ...그 때도, 지금도. ...자격이 없는데, 네 손을 잡아서... ..."
손을 잡았는데 더 깊은 슬픔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쿄는 불행하고, 유우토는 불행 곁을 떠나지 못한다. 구원은 환상이었다. 서로에게 기대도, 위로도 될 수 없다면, 함께라는 말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유우토는 이 슬픔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잡은 손을 놓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