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 ㅇㅇ씨... 맞죠? 좋은 낮이에요.
인사는 잠깐씩 했지만... 이렇게 단 둘이서 대화하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거기다 이 섬으로 옮겨오고 나서는, 정신 없어서 그마저도 제대로 못 한 것 같으니까. 거기부터 다시 할까요?
대리사과원으로 입학하게 된 카미시로 아야마루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 드려요, ㅇㅇ씨.

...........
...하하. 대리 사과... 라니 생소하죠?
보통은 해결사라던가, 그런 분들께서 부업으로 하시는 모양이던데.

일단은, 말 그대로 사과를 대신 해주는 사람이에요.
다만 대신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다 하는 건 아니고... 옆에서 보호자 역할로 돕거나, 함께 사과할 내용을 생각하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아예 대신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그런 보조적인 역할이에요.

음... 그 밖에는 반성문이나 사과문 쓰는 것도 돕고 있고. 그런 글에서 쓰기 좋은 공손한 표현이라던가, 변명처럼 들리지 않는 선에서 자기 사정을 설명하는 법이라던가... 주로 그런 것들을 가르쳐 드려요.
이것도, 제가 아예 대신 써드릴 수도 있지만... ...하하. 금액이 비싸지니까 추천 드리진 않아요.

아, 혹시라도 원하신다면 고해성사도 도울 수 있어요. 신께 드리는 사죄도 취급하고 있거든요.
아하하. 반은 농담, 반은 진담이에요. 제 사과가 거기까지 닿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결국 제 역할은... 사과 자체보다도, 의뢰하신 분이 안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되겠네요.
누구든 잘못을 저지르고 나면 용서 받기 전까지 계속 불안해야 하니까. 혼자 그 불안을 짊어지기 보다는, 그래도 옆에서 같이 상의할 사람 한 명 정도는 있는 게 나을 테니까요.
제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쁠 거에요.

하하. 그러니까 ㅇㅇ씨도 뭔가 사과하실 일이 생기시면 말씀해주세요.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하나보단 둘이 나을지도 모르니까.
혼자 걱정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자유행동 종료]





2
(식당)

어라.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세요? ㅇㅇ씨.

아. 저는... 잠이 안 와서. 잠깐 차라도 마실 생각이었거든요.
...하하, ㅇㅇ씨도 비슷한 상황이신 모양이네요.
괜찮으시다면 거기 앉으세요. ㅇㅇ씨 몫도 한 잔 타올게요.

어떤 걸로 드릴까요?
1. 커피
2. 코코아
3. 녹차

1)
이 시간에 커피로 괜찮으시겠어요? 아침까지 못 주무실지도 몰라요.
음, 카페인이 잘 안 듣는 편이시라던가... 그런 거라면 괜찮겠지만.
설탕이랑 우유, 얼만큼 넣을지 말씀해주시면 그대로 타올게요.

2)
......아하하. 추운 밤에 잘 어울리는 선택이네요.
따뜻하고 진하게 끓여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위에 띄울 마시멜로우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어디 없으려나...

3)
아. 녹차 좋아하시나요? 저도에요.
마시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고 해야하나.
응, 저도 녹차로 할 생각이었어요. 금방 준비할게요.


...자, 여기.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
............

응, 이러고 있으니... 편하네요.

전 차 한 잔 두고 앉아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거기에 이렇게 같이 이야기해주실 분이 계시면, 더 기쁘고.
여기 오기 전까지는 자주 그런 시간을 가졌는데...

하하, 생각해보니 사과 다음으로 많이 한 게 차 끓이는 일이었던 것 같네요. 누군가 찾아오시면 꼭 차를 내드리는 게 습관이거든요.
따뜻한 차 한 잔 만큼,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것도 많지 않으니까.

각자 차 한 잔씩 들고, 이런 식으로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거에요.
의뢰일 때도 있고, 그냥 잡담일 때도 있고... 누구든 좋으니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그런 분들 이야기도 듣고.

그게 저한테는 가장 즐거운 일이었어요. 아, 타로랑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이지만.
전부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인생들이니까. 신기하다고 해야할까요, 음... 설명하기는 복잡하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ㅇㅇ씨랑 있을 때는 왠지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기분이네요.
하하, ㅇㅇ씨가 열심히 잘 들어주셔서 그런가봐요.
고마워요.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네요.

자, 그럼 제 쪽 이야기는 끝났으니까... 이제 ㅇㅇ씨 이야기를 들어봐도 될까요?
어떤 이야기라도 좋아요. 즐거운 이야기도, 즐겁지 않은 이야기라도.
ㅇㅇ씨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 이미 기쁜 일이니까요.


[자유행동 종료]





3

음......
...섬을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동물 같은 건 보이지 않네요.
정말로 우리들 뿐인 모양이에요. 아직 막힌 곳들도 있으니, 그쪽에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아쉬운걸요. 이 큰 섬에 저희 밖에 없다니, 이상한 기분도 들고...
길고양이 한 마리라도 있었다면 삭막한 느낌이 좀 덜했을 텐데.

아, 그러고보니 ㅇㅇ씨는 고양이 좋아하시나요?
저는 제법 좋아하는 편이에요. 옛날에 한 번 키운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때 기억 덕분인 것 같네요.
...그 때 이야기 말인가요? 음......

어렸을 때...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타로랑 고양이를 키웠어요.
누가 버리고 간 까만 고양이였는데. 둘 다 집에서는 키울 수가 없어서, 밖에서 숨기고 키웠죠.
매일 수업이 끝나면 같이 가서 밥도 챙겨주고, 놀아주기도 하고...

이름은 고쿠로였어요. ...이상한 이름이죠?
저희가 붙인 이름을 반반씩 섞었거든요. 타로는 고지라, 저는 쿠로.
검은 색이니까 쿠로라니, 그럼 넌 파란 색이니까 아오마루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타로한테 한참 놀림 받았었는데. 음...
글쎄요... 까맣고 크니까 고지라, 라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하는데. 하하.

어쨌든, 고쿠로는 저희를 잘 따랐어요.
버려진 경험이 있다면 다시 사람을 따르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저희 둘은 마음에 들었나봐요.
...쓰다듬으면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게, 좋았어요. 저희를 믿고있다는 증거 같아서.

아... 마지막까지 키우진 못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렸거든요. 어쩌면 이제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
그 날 좀 더 빨리 찾아가 봤어야 했는데. 타로에게나, 고쿠로에게나... 미안해요. 많이.
...하하, 이제 와서 후회해 봐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에요.

응. 고쿠로와 헤어질 땐 슬펐지만, 그래도... 여기서 나가면 또 동물을 키워보고 싶네요.
이제는 숨길 필요도 없고, 마지막까지 책임 지고 돌볼 수 있을 테니까요.
어떤 걸 키우는 게 좋을지는 아직 고민 중이지만...
다시 고양이를 키워도 좋고, 강아지라던가... 다른 동물들도 키우기 즐거울 것 같아요.

아, ㅇㅇ씨 의견도 들어보고 싶은 걸요. 어떤 동물이 좋을까요?
1. 강아지
2. 고양이
3. 부엉이

1)
하하. ㅇㅇ씨는 고양이보다는 개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응, 저도 고쿠로를 키우기 전까지는 강아지가 더 좋았어요. 주인한테 늘 의지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야하나...
키운다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형견이 키우고 싶네요. 같이 산책하러 나가면 즐거울 것 같아서 좋아요.

2)
고양이를 한 번 더 키워볼까요? 저번처럼 까만 고양이를 다시 키워보고 싶기도 해요.
...아니, 그렇게 되면 분명 고쿠로를 겹쳐보게 되겠네요. 그건 새로운 고양이나 고쿠로, 양쪽 모두에게 실례일지도...
그래도 고양이는 저한테 제일 친근한 동물이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천천히 생각해 볼게요. 고마워요.

3)
...아, 이건 좀 예상 밖의 선택인걸요.
아하하. 부엉이라... 그러고보니 옛날에 한 번쯤 만져본 적이 있네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쳐다보는 게 귀여웠는데.
응, 키우게 되면 즐거울지도. 꼭 한 번 찾아볼게요.


나간 다음의 이야기는 아직 조금 이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생각하기 즐거워서 좋네요.
나중에 키우게 되면 꼭 연락 드릴 테니까, 자주 놀러와서 보고가세요.
새로운 가족이랑 같이 환영할게요.


[자유행동 종료]




4
(2챕 시작 이후부터 가능)

새로운 구역이... 열렸네요.
...그래도 기뻐하긴 힘들지만요, 하하.

............
ㅇㅇ씨는... 괜찮으신가요?
1. 괜찮다
2. 괜찮지 않다
3. 잘 모르겠다

1)
괜찮으시다면... 다행이지만.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하시는 건 아닌 거죠?
응... ㅇㅇ씨의 말을 믿을게요. ...정말이라면, 기뻐요.

2)
...하하... 죄송해요, 우문이었네요.
.........
저번처럼... 따뜻한 차라도 끓여올게요.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거라도 마시면서 조금 쉬세요.

3)
응... ...그렇네요.
저도, 잘 모르겠다는 게 제일...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괜찮은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그냥... 실감이 잘 안 나네요.


.......
여기 오기 전까지, 한동안... 안심하고 있었어요.
특별히 행복한 일도, 특별히 불행한 일도 없었거든요.

그러다 갑자기 키보가미네 학원에서 초대장이 왔을 때는, 좀 놀라긴 했지만... 나쁜 일이 일어날 거라는 의심은 별로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어쩌면, 행운이 온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그랬는데 타로도 같이 입학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상한 입학식을 보고... ...새로운 불행이 시작되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신은 또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겠구나... 하고.

......

전 처음부터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과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나뉘어져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노력 정도로는 벗어날 수 없는... 신이 정해놓은 역할 같은 게 있다고 말이에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는 사람과 부잣집에서 태어나는 사람이 정해져있듯이. 유독 운이 좋은 사람과, 반대로 나쁜 일이 끊임 없이 일어나는 사람이 있듯이...
주인공과 악역이 나누어져 있듯이, 신이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인생의 흐름이 있어서... 본인이 아무리 바라도 그걸 거스를 순 없다고. 이유 같은 건 없이, 그냥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원망하는 것보다 편하니까요.

그러니까 여기에서도, 불행에 맞서는 것보다는 차라리 조용히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 나니까, 잘 모르겠네요. 어느 쪽이 더 나은 길인지.

......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저는 행복한 쪽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10년이나 곁에 있어주는 친구도 있고, 이렇게 가만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좋은 분도 만나고.
저보다는... 제 곁에 불행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아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가끔 좀 슬프네요, 하하.

미안해요,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해서. ...ㅇㅇ씨 앞이라서 긴장이 풀어졌나봐요.
...잠깐 산책이라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올게요.
ㅇㅇ씨도... 무리하지 말고 푹 쉬세요.


[자유행동 종료]





5
(4챕 절망병 발병 이후)

.........
........아, ㅇㅇ씨.

......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미안해요. 잠깐만... 방으로 와주시면 안 될까요?

(개인실로 이동)



여기가 제 방이에요. 별 건 없지만...
잠시만 거기 앉아서 기다려주시겠어요?

..........
..............
..................

......다 됐다.
짠. 선물이에요.

(아야마루는 정교하게 접은 종이꽃 하나를 내밀었다.)


...하하. 괜찮은가요? 오랜만에 접어 본 거라 자신은 없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어요.

그동안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것에 대한 답례에요. 고작 이런 거라 죄송하지만... 아까 심각한 척했던 건 깜짝 놀래키고 싶어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저번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한참 생각해 봤어요.
...지금까지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설령 제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슬프거나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생각해 보니까... 이대로 가만히 앉아있기에는 바라는 게 너무 많은 거에요.

...저는 타로가... 여기서 살아서 나갔으면 좋겠어요. ㅇㅇ씨나, 다른 분들도. 다들 약속하신 것도 지키고 싶은 것도 많으실 테니까... 한 분이라도 더 무사히 이곳을 나가시길 바라요.

그래서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금 이렇게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다는 뜻이니까.

...응.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다른 분들을 본받아서 저도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에요. 불행에 맞서면... 이번에야말로 뭔가 바뀔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저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여러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ㅇㅇ씨도 있고, 다른 분들도 다 믿음직스러운 분들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건 제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ㅇㅇ씨께 드리는 감사의 표시에요. 기회가 되면 꼭 더 좋은 선물로 다시 드릴게요. ...그러니까 꼭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요. 약속.

......

이제... 마지막 한 번이라고 했죠? 정말로 얼마 안 남았네요.
지금까지 버텨내 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저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응, 같이 조금만 더 힘내요. 분명 모든 게 괜찮아질 거에요.

......
하하. 제 특기는 사죄지만, ...역시 여기서 미안하다고 하는 건 너무 눈치 없는 일 같네요.
그러니까, 고마워요. 이곳에 와서 ㅇㅇ씨 같은 친구를 만나게 돼서 다행이에요.

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어요. 밤이 깊었네요.
피곤하실 텐데, 이제 그만 주무세요. 저도 오늘은 이만 쉬어야 할 것 같으니까... 방 앞까지 배웅할게요.


(ㅇㅇ 개인실 앞까지 이동)


오늘 늦은 시간까지 같이 이야기 해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속이 좀 시원해졌어요. 오늘은 분명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옛날에 타로랑 같이 놀던 꿈이라던가, ㅇㅇ씨와 다른 분들과 이야기하는 꿈이라던가...
...아니면, 사실 이 모든 게 현실이 아니라 가상 현실이었다는 꿈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하하, 저도 모르게 또 떠들고 있었네요. 미안해요.
응... 이제 그만 인사해야죠.

잘 자요, ㅇㅇ씨.
아침까지 깨지 말고, 행복한 꿈만 꾸시길 바라요.

......진심이에요.



[자유행동 종료]
[카미시로 아야마루와의 이야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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