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행복을 바랐던 적이 있다. 엠마가 천국을 동경했다면, 옛날옛적 어린 유우는 테마파크를 동경했다. 어린 유우에게 그곳은 행복의 상징이었다. 늘 즐겁고, 행복하고, 모두가 웃고있는 곳. 그런 곳에 가고 싶었다.
처음으로 부모를 죽이는 상상을 했던 날이 그의 인생 최악의 날이었다면, 처음으로 테마파크에 간 날은 두 번째로 나쁜 날이었다. 생애 첫 테마파크는 멋진 곳이었다. 알록달록한 놀이기구가 움직이고 있었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우 앞으로 솜사탕을 든 어린 아이가 뛰어갔다. 모든 것이 상상한 그대로였다. 오직 유우를 제외하고.
마법의 나라처럼, 행복한 곳에 있으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유우는 그 행복한 풍경에 섞일 수 없었다. 그는 눈 앞의 행복을 도저히 사랑할 수 없었다. 즐거운 음악이 멈추고, 모든 빛이 꺼지길 바랐다. 자신의 손으로 그곳에 있는 행복을 전부 망쳐버리고 싶었다. 그 날 유우는, 자신이 더 이상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행복도. 사람을 죽이고, 미워하는 상상을 너무 많이 해서였을까. 유우는 이상해질만큼 이상해지고 말았다. 뒤틀린 부분은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았다. 그는 계속 그대로였다. 썩은 과일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듯이.
"네가 생각하는 천국은 어떤 곳일지 궁금하네."
그러니 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엠마가 상상하는 천국이 어떤 곳이든, 그곳에 유우는 어울리지 않는다. 유우는 천국을 동경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웃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환하고, 어린 아이 같고, 눈부신. 보는 사람마저 행복해지게 만드는 미소를, 그들은 지을 줄 안다. 그 미소를 볼 때마다, 어쩌면 그게 천국의 문을 열기 위한 자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천국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진 잘 모르겠지만, 갈 수 있도록 노력은 해볼게."
유우는 말했다. 40년쯤 후에 따라가겠다고. 거짓말은 언제나 유우의 특기였다. 가장 큰 거짓말이 들통난 지금도 그는 계속 거짓말을 했다. 유령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음에도 유령이 되어 찾아가겠다 약속했고, 천국을 믿어본 적이 없음에도 언젠가 천국에 가겠다고 약속했다. 유우는 구름 위에 앉아 가만히 자신을 기다리는 엠마의 모습을 상상한다. 40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유우를, 엠마는 계속 기다리고 있을까.
"뭐, 기다리다가......"
엠마의 손등을 한 번 더 톡 치고 유우는 손을 거뒀다. 마지막까지 그 손을 잡지는 않았다. 40년,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 또는 영원히. 천국의 엠마가 느낄 행복을 깎아내리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유우에게는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릴 순 없을 것이다. 그건 엠마가, 유우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도 훨씬 더 긴 시간이니까.
그래, 가능하다면. 한 10년 정도는 날 기억하고, 그리고 천천히 잊는 데 써줘. 그렇게 동경해온 천국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나를 위해 허비해줬으면 좋겠어. 유우는 마음 속으로 엠마에게 주문을 걸었다. 이 주문이 저주가 되어 그녀의 발목을 잡기를. 그렇게 바랐다. 그 바람은 분명 유우를 천국에서 한 발짝 더 멀어지게 만들었을 것이다.
"안 오면 적당히 포기해. 거긴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즐거운 일이 많을 테니까."
구름 위에 앉아있던 엠마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 대신, 천국에서 오래도록 그녀를 기다렸을 사람들을 향해서 걸음을 내딛는다. 그런 올바르고 당연한 풍경을 상상했다. 어쨌든 유우는 천국에서 일어날 일을 영원히 알 수 없다. 천국을 동경한 적은 없었지만. 그녀의 천국이 어떤 모습일지 볼 수 없을 거란 사실이, 조금은 아쉽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