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더씨

자캐 로그/커뮤 2016. 10. 27. 21:53




 바다를 테마로 한 파크를 만들었다. 유우가 디자인한 첫 테마파크였다. 진짜 바다에 가본 적은 손에 꼽을 수 있을만큼 적었지만, 그래도 유우는 바다를 좋아했다. 할 수 있다면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보고 싶었다. 그곳은 분명 조용하고 어두울 테니까. 아무도 유우를 찾아낼 수 없을 만큼.


 유우는 물에 잠긴 사람들을 상상한다. 물 속에서는 그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거대한 고래가 사람들을 한 입에 삼킨다. 깊은 바다, 그 고요한 물의 이미지를 소란스러운 테마파크 위에 덮어씌우고 싶었다. 아무도 유우가 그런 불온한 상상 속에 이곳을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눈 앞에 있는 마타에도, 유우가 죽인 아키라도 마찬가지로.


 "이제 셋 다 죽어버렸네."


 사이좋게 말이야. 웃으면서 유우가 말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어쩌면 깊은 바닷속과 가장 비슷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고, 소리를 질러도 바깥에는 들리지 않을, 죽어서도 벗어나지 못할 바닷속.


 "홀로그램 셋이 테마파크에 가면 확실히 다들 우리만 보겠지. 그것도 나름대로 재밌을 것 같은데, 어때? 아직도 가보고 싶어?"


 대답을 듣기 위한 질문은 아니었다. 불행하게 죽은 첫번째 피해자와, 사람을 죽인 네 번째 살인자가 함께 있다.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아마도 모두가 고개를 저을 것이다. 유우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다른 곳에서 만났더라도 우린 친구가 될 수 없었겠지. 유우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타에를 향해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


 맛있는 젤리를 먹으면서, 같이 만화를 보고, 웃고 울고, 밤새도록 이야기하면서 놀고. 그 말을 들으면서 유우는 그 모습을 상상했다. 행복한 상상이었다. 현실이 될 수 없을 걸 알기에 더더욱 행복했고, 그래서 공허했다. 만약이란 말은 언제나 잔인하다. 유우는 그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네가 좋아하는 마법소녀를, 난 좋아할 수 없었을 거야."


 마법소녀나 히어로 같은 걸 믿지 않게 된 건 언제였을까. 만약 그런 존재가 현실에 있었다면, 유우는 그들을 미워했을 것이다. 픽션 속의 존재라도 그들을 좋아해 본 적은 없었다. 어차피 구하러 오지 않을 텐데, 좋아하고 믿은 만큼 비참해져야 하니까. 유우는 차라리 그들을 괴롭히는 악당이 되는 상상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었다. 세상을 구하는 마법소녀를 좋아한 마타에와, 남의 행복까지 짓밟고 싶었던 유우는 언제나 결정적으로 달랐고, 그러니 두 사람이 다시 친구가 되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지금, 슬퍼?"


 유우의 눈에 마타에는 늘 슬픔에 잠겨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깊은 바다에 가라앉아가는 것처럼, 조용히, 그리고 오래, 그녀는 슬퍼보였다. 마스크 너머로 그녀의 눈이 보였다. 유우는 그 눈을 들여다보았다.


 "역시 후회돼?"


 잠깐이지만 나랑,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랑 친구였던 게.


 그 질문이 호기심인지, 조롱인지, 확인인지는 유우도 알 수 없었다. 단지 마타에의 대답과, 그 순간의 마타에의 눈이 어떤 빛을 띄는지, 조금은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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